알렉스 김의 포토에세이⑩ 불가촉천민과의 스킨십
상태바
알렉스 김의 포토에세이⑩ 불가촉천민과의 스킨십
  • 알렉스 김
  • 승인 2019.02.1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비전e] 인도를 여행할 때 캘커타에서 뉴잘파이구리로 가는 열차를 탔습니다. 열차 안에 살고 있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승객이 버리는 쓰레기를 줍고 수고비를 받아 먹고사는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투명인간 같았습니다. 누구도 아이와 옷깃조차 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가오기만 해도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쓰레기를 만져서가 아닙니다. 카스트제도의 가장 낮은 신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쓰레기를 주워서 번 돈을 열차 안에서 물건 파는 사람에게 가지라고 들이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불가촉천민의 손이 닿은 돈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장난을 치는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아이를 불렀습니다. 아이가 다가오자 나는 아이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아이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순간 나는 아이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무슨 끔찍한 것을 본 것처럼 소스라쳤습니다.

우리 일행은 보란 듯이 아이와 뒤엉켜 놀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돈을 주고도 사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함께 먹고 우리가 쓰고 있던 헤드폰을 아이에게 씌워주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스킨십이 익숙해진 아이는 내 등에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열차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우리는 뉴잘파이구리 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짐을 다 챙기고 나오기 전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열차 밖에서 창살을 붙잡고 엉엉 울고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아이는 우리에게 무엇이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열차 엔진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묻혀 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듣고 있었습니다.

사람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너무 기쁘다고.

아이의 뜨거운 눈물이 내 가슴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나는 짐을 팽개치고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창살에 매달려 있는 아이를 끌어안았습니다.

“더 오래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