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길에 서있는 아이가 너무 예뻐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빠처럼 보이는 키 큰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순간, 티베트 사람들은 사진에 찍히면 죽어서 하늘에 못 간다고 생각한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아이 아빠는 저 멀리 서있던, 키가 더 큰 아내를 불렀습니다.

나는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부부는 나에게 가족사진을 한 장 찍어줄 수 없느냐고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가족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이 아빠는 사진을 확인하더니 현상해서 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현상소로 달려갔지만 파일이 너무 커 그곳에서는 사진을 뽑을 수 없었습니다. 파일을 압축하러 멀리 떨어진 숙소까지 가야 했습니다.

현상소 앞에서 기다리던 가족은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가족에게 내일 꼭 전해주겠다며 현상소 앞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파일을 변환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현상소로 가 사진을 뽑아 들고 가족을 찾으러 시장을 헤매고 다녔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이 아빠가 나를 거짓말쟁이로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나는 티베트 사람들이 늘 찾는 야크버터 가게로 갔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유리창에 붙였습니다.

야크버터 가게를 지날 때마다 혹시나 하고 유리창을 살펴보았습니다. 티베트를 떠날 때까지 사진은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다음에 그 가게에 가면 사진이 없기를 바랍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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