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방콕까지 다섯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갑니다.도착하면 일곱 시간을 기다립니다.다시 네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이슬라마바드로 갑니다.또 마흔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스카르두로 갑니다.내려서 지프차로 일곱 시간을 가면 수룽고 마을 입구에 도착합니다.차에서 내려 험한 길을 한참 걸어야 학교가 보이기 시작합니다.이것보다 먼 것은아이들과 우리들의 마음인지 모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
[뉴스비전e] 감동을 받으면 무엇으로 갚아야 할까요.파키스탄의 겨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춥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을 위해 원정대장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에게 돈을 주었습니다.“겨울이 오면 아이들에게 장갑을 사주세요.”원정대장이 다시 마을을 찾았을 때 아이들은 부자가 사준 줄 아는 장갑을 끼고 있겠지요.사람들은 받은 감동을 돈으로 갚으려 합니다.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치르는 감동의 대가는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뉴스비전e] 알렉스초등학교는 벽이 온통 흰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여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페인트칠을 해줄 겁니다.그 전에 중고 프로젝터라도 빌려야겠습니다.해발 3,000미터에서 한 번도 바다를 볼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흰 벽 가득 바닷속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고 싶습니다.하늘을 담고 있는 아이들의 눈에 바다도 담을 수 있겠지요.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
[뉴스비전e] 그 친구는 나에게 하늘마을에 있는 학교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 속 학교는 선생님도 책도 없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여 있을 뿐입니다. 상상이 안 되는 학교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길은 험했습니다. 일곱 시간 반을 내려가야 하는 흙길에서 학교를 지어주었던 일본인 자원봉사자도 차가 전복되어 사망했다고 했습니다.학교는 말로 들었던 것보다 초라했습니다. 책걸상 대신 바닥에 깔아놓은 플라스틱 카펫에는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2년 동안 선생님도 없었습니다. 옆 마을 공립학교 선생님이 와서
[뉴스비전e] 사진은 마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촬영한 것이 아닙니다.할머니와 아낙들, 그리고 아이들 모두 키친보이에게 신발을 벗어준 친구의 가족입니다.땅마을 사람들에게 이 가족사진을 보여주면 딱하다고 합니다.나는 사람들의 행색을 보지 말고 그들의 표정을 보라고 말합니다.우리가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있는 고층 아파트에 산다고 가족의 행복지수도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내가 하늘마을에서 만난 가족은 그렇습니다. 그들의 행복 높이는 그들이 사는 해발 3,000미터보다 높아 보입니다.“당신의 행복 높이는 몇 미터인가요?” 알렉스
[뉴스비전e] 익스트림라이더 원정대는 원정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현지 포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현지에서 학교를 선정해 물품을 기증해 왔습니다. 이번 원정에서 가장 열악한 학교를 찾는 것이 나의 임무 중 하나였습니다.라톡-1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하루에 열 시간씩 3박4일을 걸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습니다.한 달 동안 생활해야 하는 베이스캠프에는 현지인 주방장과 주방보조(키친보이)가 있었습니다.2주쯤 지난 어느 날 사고가 났습니다. 주방장이 염소 고기를 손질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키친보이가 바닥에 있는 칼을 발로 차
[뉴스비전e] 사원의 턱은 유난히 높습니다.높은 턱을 넘어가려면 누구라도 다리를 높이 들고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사원의 문턱이 겸손을 가르칩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뉴스비전e] 이 지역은 이슬람 영토입니다.오래 전에는 불교가 성행했던 곳입니다.흔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부처가 그려진 바위 앞에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이 서 있습니다.아마도 종교분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바위에 새겨진 부처도 입고 있는 이슬람 의상도 사람을 위한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뉴스비전e] 사원이 존재하는 것은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한 남자가 사원 꼭대기에 있는 탑에 오르기 위해 신발을 벗었습니다.맨발로 사뿐사뿐 오르는 발걸음으로 사원을 얼마나 신성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기도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눈을 감고 마음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가.’이 남자의 기도에, 그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내 작은 기도도 얹어주었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
[뉴스비전e] 해가 지고 절은 문을 닫을 시간입니다.사람들은 하나둘 빠져나가고 할머니 한 분이 보였습니다.할머니는 초를 파는 곳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이윽고 힘없는 걸음으로 불 켜진 초 앞에 섰습니다.그리고 기도하는 촛불을 하염없이 보았습니다.나의 시선과 카메라의 움직임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눈으로 이야기했습니다.누구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일까요.방해하지 않으려고 촛불에 손끝을 대듯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뉴스비전e] 티베트 사람들은 여유롭습니다.늘 기도하며 살아서 그런 모양입니다.나이가 많아도 몸을 이끌고 나와 기도하는 사람을 어느 거리에 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사람들은 문명과 떨어져 단조롭게 사는 이들의 기도가 아주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그에게 무엇을 위해 기도하느냐고 물었습니다.그러자 미소 지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습니다.간절히 기도하는 두 손의 끝이 자신이 아니라우주 만물을 향하고 있다니. 이기적이지 않은 기도가 삶을 여유롭게 만들었나 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
[뉴스비전e] 그는 험준한 산이 하늘과 맞닿은 곳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구멍가게와 구멍가게 사이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그는 당신과 나 사이에, 내 마음속 작은 틈에도 있습니다.그를 만나는 날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당신이 주말에 마음이 들떠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도 만날 수 있습니다.그를 만나는 곳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낯선 도시에서 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가도 만날 수 있습니다.당신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기만 한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맨발로 반겨주는 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신은 항상 우리 곁에 있습니다.
[뉴스비전e]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입니다.하지만 알고 있는 만큼 실천하는 사람은 드뭅니다.두 노인에게 이 말이 가장 어울리지 않나 생각합니다.삶과 세상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노승과 노인은지나온 삶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
[뉴스비전e] 해발 2,000미터 고원에 있는 딴바마을에 갔습니다.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에는 청년과 그 아버지인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습니다.이튿날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불교행사로 마을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게스트하우스 할아버지도 함께했습니다.점심이 되자 사람들은 밥을 먹기 위해 각자 집으로 흩어졌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할아버지를 따라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할아버지는 아침에 먹고 남은 반찬들로 꿀꿀이죽 같은 것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만든
[뉴스비전e] 할머니들이 큰스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리 모양이 꼭 인디언 같습니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하얗게 샌 머리를 땋은 것이 곡절의 인생을 정돈해놓은 듯합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뉴스비전e] 할아버지인지 할머니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늙은 어른이 길가에 다소곳이 앉아 말린 꽃을 팔고 있었습니다.말을 걸고 나서야 할머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꽃을 설명하는 할머니의 목소리만큼은 예쁘게 잘 마른 꽃처럼 아름다웠습니다.나는 꽃을 집어 들고, 소녀처럼 미소 짓는 할머니에게 인사했습니다.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아름다우세요.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
[뉴스비전e] 해발 2,500미터부터 고산병이 시작됩니다.이 마을은 해발 4,000미터에 있습니다.너무 급하게 올라가면 고산증상이 오기 때문에 나는 적응을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한숨 돌리고 있었습니다.그때 우연히 내다본 창밖으로 큼지막한 물통을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손이 발갛게 부르튼 아이가 들고 있는 양동이 안에는 넘칠 듯 찰랑이는 물이 들어 있었습니다.조그만 아이가 들기에는 힘들어 보였습니다.아이는 1미터를 가다 서고 또 1미터를 가다 서며 숨고르기를 반복했습니다.순간 내가 걸릴지도 모를 고산병보다
[뉴스비전e] 등산을 꺼리는 사람들은 산은 안에서 보는 것보다 밖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트레킹을 하며 산이란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산을 오르는 이유는 나에게로 집중되는 에너지를 느끼기 위해서입니다.산을 통해 내 자신을 보는 겁니다. 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내쉬며 거대한 자연 앞에 가장 솔직해지는 나를 봅니다.백 명이 함께하는 등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시에 올라가도 시간이 지나면 산은 사람들을 떨어뜨려 놓습니다.산뿐 아니라 5천만 명이 사는 대한민국도 다 같이 있지만 결국 자기만의 색깔로 혼자 살아
[뉴스비전e] 마차푸차레. 물고기 꼬리 지느러미를 닮았다고 해서 영어로는 피쉬테일이라고 부르는 산입니다.이 산은 아직 등정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성스러운 산이기 때문입니다. 네팔 사람들은 이 산이 보이면 멀리서도 산을 향해 기도합니다. 성스러운 산 아래에는 성스러운 물이 흐릅니다. 사람들은 성산과 성수 사이를 걷고 있습니다.이 구간은 오르기가 무척 힘듭니다. 흔들리는 바람 속에 몸과 카메라를 겨우 가누며 가이드에게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가이드는 성산이 제 모습을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뉴스비전e] 티베트 사람들은 눈이 맑습니다. 무엇을 닮은 것이 분명한데 딱히 무엇이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이곳 사람들의 독특한 하늘의 장례의식인 조장을 목격한 것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해발 4,000미터에서 치러진 낯선 장례는 산소와 기운을 한꺼번에 빼앗아간 것 같았습니다.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힘겹게 산을 내려오다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여자아이를 만났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한 걸음 한 걸음 그 아이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아이는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었고 지친 나를 이끈 아이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