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그 친구는 나에게 하늘마을에 있는 학교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 속 학교는 선생님도 책도 없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여 있을 뿐입니다. 상상이 안 되는 학교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길은 험했습니다. 일곱 시간 반을 내려가야 하는 흙길에서 학교를 지어주었던 일본인 자원봉사자도 차가 전복되어 사망했다고 했습니다.

학교는 말로 들었던 것보다 초라했습니다. 책걸상 대신 바닥에 깔아놓은 플라스틱 카펫에는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선생님도 없었습니다. 옆 마을 공립학교 선생님이 와서 한 시간씩 수업해주고 가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예순다섯 명의 아이들은 복사한 책을 나누어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열악한 환경을 불평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선생님을 모셔 오고 책도 구해 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해발 3천 미터 하늘마을에 ‘알렉스초등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운동화를 벗어주었던 다섯 아이의 아버지처럼 나도 예순다섯 명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생겼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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