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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김의 포토에세이(56) 아이의 눈 속에 내가 있다

[뉴스비전e] 티베트 사람들은 눈이 맑습니다. 무엇을 닮은 것이 분명한데 딱히 무엇이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독특한 하늘의 장례의식인 조장을 목격한 것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해발 4,000미터에서 치러진 낯선 장례는 산소와 기운을 한꺼번에 빼앗아간 것 같았습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힘겹게 산을 내려오다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여자아이를 만났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한 걸음 한 걸음 그 아이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었고 지친 나를 이끈 아이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헤어지기 전까지 내가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여자아이인 줄 알았던 그 아이가 사내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좋은 점은 현상을 하지 않고도 모니터로 사진을 보며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 여자아이, 아니 사내아이의 얼굴을 확대하다가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만나기 전 내가 목격한 조장의 풀리지 않는 신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확대한 아이의 눈 속에는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마치 언제든지 울 준비가 되어 있는 호수 같았습니다. 나를 더 놀라게 한것은 아이의 확대된 눈동자였습니다. 아이의 눈동자에는 맑은 하늘이 있었습니다. 구름도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로 아이의 눈을 응시하는 내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눈 속에서 나를 발견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분명히 아이의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결국 아이의 눈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찍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의 눈 속에서 하늘과 구름과 내가 함께 존재하는 풍경을 찍은 것입니다.

나는 이 사진에 제목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감동 때문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아이의 눈동자 속에 담긴 나를 보면서, 나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과 구름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나는 아이의 눈 속에 비친 나처럼 이 혼탁한 세상을 순수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이의 눈동자 속에서만 순수한 모습이 아닐까?’

그러면서 배우고 깨닫습니다. 내가 그토록 아이들을 사진에 담고 싶었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순수한 아이들의 눈을 통해 내가 순수해지고 싶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아이의 눈 안에 있는 나를 보며성찰합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알렉스 김  alexjo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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