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해발 2,500미터부터 고산병이 시작됩니다.

이 마을은 해발 4,000미터에 있습니다.

너무 급하게 올라가면 고산증상이 오기 때문에 나는 적응을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한숨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내다본 창밖으로 큼지막한 물통을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손이 발갛게 부르튼 아이가 들고 있는 양동이 안에는 넘칠 듯 찰랑이는 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조그만 아이가 들기에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아이는 1미터를 가다 서고 또 1미터를 가다 서며 숨고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순간 내가 걸릴지도 모를 고산병보다 아이의 발간 손과 거친 숨소리가 걱정 되었습니다.

나는 호텔 밖으로 뛰어나가 양동이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서너 차례 물을 길어 날랐습니다. 우리는 친해졌고 숨을 몰아쉬면서도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바쁜 엄마를 돕기 위해 아이가 힘겹게 물을 길어 날랐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착한 기운은 해발 5,000미터까지 올라가도 끄떡없을 것 같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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