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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김의 포토에세이(62) 해탈의 미소

[뉴스비전e] 해발 2,000미터 고원에 있는 딴바마을에 갔습니다.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에는 청년과 그 아버지인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불교행사로 마을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게스트하우스 할아버지도 함께했습니다.

점심이 되자 사람들은 밥을 먹기 위해 각자 집으로 흩어졌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할아버지를 따라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침에 먹고 남은 반찬들로 꿀꿀이죽 같은 것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만든 ‘꿀꿀이죽’을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속 할아버지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할아버지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해탈한 구도자가 미소를 짓는다면 아마 그런 모습이었을 겁니다. 세상에 아까운 것도, 미련도 없는 할아버지는 내게 따뜻한 꿀꿀이죽을 나누어주면서 그렇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불현듯 고향에 있는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할아버지는 마당에 구덩이를 팠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꽃나무를 심을 거라고 했습니다. 나는 말없이 구덩이 파는 것을 도왔습니다.

이튿날 게스트하우스를 나오며 청년에게 방값과 함께 같은 금액의 돈을 내밀었습니다. 의아해하는 청년에게 이 돈은 할아버지께 드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년은 선뜻 돈을 받지 못하고 저쪽에서 미소 짓고 있는 할아버지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할아버지께 무릎을 낮추고 공손하게 인사하며 어제 판 구덩이에 이 돈으로 예쁜 꽃나무를 심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봄, 꽃이 필 때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다시 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할아버지가 내게 전해준 따뜻한 꿀꿀이죽과 미소에 그 정도 답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방인 청년에게 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할아버지가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림이 나이 든 어른들에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알렉스 김  alexjo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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