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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김의 포토에세이(70) 키친보이가 하산을 거부한 이유

[뉴스비전e] 익스트림라이더 원정대는 원정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현지 포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현지에서 학교를 선정해 물품을 기증해 왔습니다. 이번 원정에서 가장 열악한 학교를 찾는 것이 나의 임무 중 하나였습니다.

라톡-1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하루에 열 시간씩 3박4일을 걸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습니다.

한 달 동안 생활해야 하는 베이스캠프에는 현지인 주방장과 주방보조(키친보이)가 있었습니다.

2주쯤 지난 어느 날 사고가 났습니다. 주방장이 염소 고기를 손질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키친보이가 바닥에 있는 칼을 발로 차버린 것입니다. 녹슨 칼에 찔린 상처는 심각했습니다.

나는 산 아래로 내려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대원들을 설득했습니다. 결국 모두 동의했고 나는 현지인 두 명과 키친보이를 부축해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하산하기 위해 짐을 꾸리는데 정작 키친보이가 내려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스물일곱 살밖에 안 된 키친보이는 부양할 가족이 아홉이나 된다고 했습니다. 원정대에서 일하면 일 년 동안 가족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원래 지급하기로 했던 돈을 다 주고 키친보이를 집에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

마을까지는 빙하를 타고 이틀 반이나 내려가야 했습니다. 출발 직후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키친보이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것입니다. 빙하를 내려가다 상처에 물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가장 무거운 짐을 들던 친구가 키친보이에게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주었습니다. 산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기꺼이 신발을 벗어준 것입니다.

산을 내려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우리는 얼른 동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비가 그칠 때까지 서로 몸을 기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세 사람 모두 아이들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들은 아이들 자랑을 하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왜 이렇게 위험한 산을 오르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키친보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치료를 받도록 해준 다음 나는 운동화를 벗어준 친구에게 아이가 몇이냐고 물었습니다. 다섯 명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한 집에 서른 명의 식구가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부양할 가족이 그렇게 많은데 발을 다친 키친보이를 위해 기꺼이 신발을 벗어주었던 것입니다. 나는 그의 가족들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알렉스 김  alexjo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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