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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김의 포토에세이(30) 친구는 민폐가 아니다

[뉴스비전e] 친구를 따라 폴로 경기장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도중에 건너편 가게의 주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나는 그를 향해 셔터를 누른 후, 기꺼이 모델이 되어준 그에게 감사의 표시로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도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나처럼 생긴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 보였습니다.

폴로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은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말이 신기해서 말을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랬던 사람들이 나를 보자 내 주위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날 어디를 가도 집중되는 시선 때문에 밖으로 나오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밤에 갑자기 정전이 되었습니다. 마을은 캄캄해졌습니다. 더 이상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녔습니다.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재미에 저녁식사도 잊었습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스터! 미스터!”

낮에 나에게 손을 흔들어준 가게 주인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나를 알아본 것이 신기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가게에서 식사를 할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물론이라며 낮에 만났을 때처럼 웃으며 들어오라고 손짓했습니다.

가게 안은 밖에서 볼 때보다 좁았습니다. 메뉴판 하나 걸려 있지 않았습니다. 나는 주인에게 가장 흔한 메뉴인 치킨커리를 주문했습니다. 그는 잠시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주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10분쯤 지나 돌아온 주인의 손에는 치킨커리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제야 가게에서는 짜파티(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 화덕에 구운 빵)만 팔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나를 위해 밖에서 치킨커리를 사 온 것입니다.

미안한 마음에 커리에 손을 댈 수 없어 머뭇거렸습니다. 하지만 내가 먹지 않아 모두가 먹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치킨커리를 한술 뜨자 주인과 종업원 모두 미소를 지으며 커리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늦게까지 이야기하며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음식값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주인은 친구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주인이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며 타라고 손짓했습니다. 어두운 길을 혼자 걸어갈 친구가 걱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뒤에 타자마자 타이어에 펑크가 났습니다. 민폐를 끼쳐 미안하다고 하자 주인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와 재미있는 추억이 하나 생겼네요.”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알렉스 김  alexjo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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