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아이의 엄마는 참 잘 웃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는 짜이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

“순도루! 순도루!”

나는 아주머니에게 답례합니다.

“순도리! 순도리!”

‘순도루’는 잘생겼다는 뜻의 네팔어입니다. ‘순도리’는 예쁘다는 뜻입니다.

칭찬을 주고받는 데에는 그리 많은 단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두 달이나 아주머니와 이웃사촌으로 지냈지만 볼 때마다 우리가 나눈 대화라고는 “순도루.” “순도리.”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는 날 짐을 들고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건너편에서 아주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는 애써 웃으며 아주머니에게 “순도리.”라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순도루.”라고 답했습니다.

잘생겼다는 뜻의 ‘순도루’는 처음엔 ‘반갑다’가 되고, 조금 더 가까워지면 ‘잘 지내느냐’가 되고, 헤어질 땐 ‘서운하다’가 됩니다.

나의 네팔어사전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순도리’는 ‘그립다’, ‘보고 싶다’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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