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지속 vs 시장 점유율, OPEC의 딜레마 심화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1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2025년 석유 수요 전망치를 5개월 연속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감산 조치에도 불구하고 원유 가격 상승은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최근 배럴당 약 70달러로 4월 고점 대비 약 20% 하락했다. OPEC의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하루 평균 석유 수요 증가량 전망치는 145만 배럴로 지난 11월 전망치보다 9만 배럴 감소했다. 이는 7월 예측치인 185만 배럴보다 40만 배럴(22%) 낮아진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전 세계 석유 수요를 하루 1억390만 배럴로 예상하며, OPEC의 전망치인 1억5270만 배럴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OPEC과 러시아 등으로 구성된 OPEC+는 감산 조치를 지속하며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최근 OPEC+는 감산 종료 시점을 2025년 말에서 2026년 말로 연기하기로 합의했으며, 일부 회원국은 추가적인 자발적 감산 연장도 결정했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 감산 연장이다. 러시아의 노바크 부총리는 "계절적 수요 부진과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감산 연장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5년에는 원유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OPEC은 어려운 선택을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OPEC+가 생산량을 늘리면 유가 하락과 함께 석유 수입이 감소할 수 있으며, 감산을 지속하면 시장 점유율을 비회원국에 내줄 위험이 있다.
호주 맥쿼리그룹은 2025년 OPEC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WTI 평균 가격은 감산이 지속되더라도 배럴당 66달러 선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유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공급 우려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어, 제재가 본격화되면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도 여전히 위험 요소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요한 경로로, 만약 이 지역에서 갈등이 격화되거나 석유 시설이 파손되면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원유 시장은 수요 둔화와 공급 리스크가 교차하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OPEC의 전략적 선택과 지정학적 상황 변화가 글로벌 유가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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