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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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부도 사례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9일 일본 제국데이터베이스(DB)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한 달 동안 일본 전역에서 834개의 기업이 파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773개)보다 7.9% 늘어난 수치로, 기업 부도는 3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된 기업 부도 수는 9053개로 집계됐다. 12월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연간 부도 건수는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한 달 동안의 총 부채는 약 1522억4400만 엔(약 10억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달(881억5000만 엔) 대비 72.7% 증가하며 4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특히 부채가 가장 많은 기업은 일본 전해로, 부채액은 147억6100만 엔에 달했다. 일본 전해는 도큐성장판에 상장된 전해동박 제조업체로,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과 스마트폰 수요 감소, 구리 가격 폭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인수한 미국 자회사의 실적 악화로 인해 사실상 부실화되자 법적 절차를 통해 재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본 전해의 부도는 올해 첫 상장사 파산 사례로 기록됐다. 이 기업의 주가는 민사재생법 신청 당일 537엔으로 마감됐으며, 일본 경제신문(니혼게이자이)은 시장이 이러한 법적 절차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근 대기업과 상장사들이 법원의 관여를 피하기 위해 사적 정리 방식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상장사의 파산은 11개월 만에 처음 발생한 일이다.

다음 날인 28일, 도쿄증권 메인보드에 상장된 유니치카는 물밑 정리 절차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유니치카는 지역경제활성화지원기구(REVIC)에 재생지원 신청을 제출하고, 섬유 사업에서 철수하며 약 430억 엔의 채권 포기를 금융협력기관에 요구했다. 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수익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들어 기업 부도 증가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물가 상승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물가 상승으로 파산한 기업 수는 877개로, 2023년 전체(775개)를 크게 웃돌았다. 이로써 물가 상승으로 인한 연간 기업 부도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은 기업의 수익 환경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며 경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9일 약 14조 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각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예산안은 고물가 대책, 지역경제 성장, 국민 안전 확보 등을 목표로 하는 종합경제대책의 일환이다. 특히 고물가 대책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포함됐다.

정부는 향후 '새로운 지방창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부도가 난 기업의 재건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사적 정리와 법적 절차를 병행해 효율적인 재건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경제는 현재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 악화와 맞물려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부도 증가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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