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산업의 경고등 켜지다…폴크스바겐 등 대규모 구조조정 신호탄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탈산업화의 그림자가 독일을 엄습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0월 31일, 독일 산업의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상공회의소의 마르틴 반슬레벤 책임자는 "탈산업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독일 경제의 상징적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폴크스바겐은 최소 3개의 독일 공장을 폐쇄하고, 소문에 따르면 3만 명에 달하는 인원을 감원할 계획이다.

일부 직종에서는 최대 18%의 임금 삭감도 예고되었다. 만약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87년 역사를 가진 폴크스바겐이 독일에서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회사는 아시아 시장의 판매 부진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뿐만 아니라 독일 내 여러 산업체들이 고용 축소와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가전업체 밀레는 일부 생산을 폴란드로 이전하기로 결정해 본사가 위치한 지역 내 약 700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콘티넨탈은 7000명을 감원하고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며,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도 독일에서 1500명을 감원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또 다른 독일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체에버는 2028년까지 1만4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독일 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는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의 약 1/3과 산업 기업의 2/5가 독일 내 투자를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산업체 중 현재 상황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한 반면, '나쁘다'고 평가한 비율은 35%에 달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모리츠 슐라리크 소장은 올해 초 "대형 자동차 기업이 위기를 겪어야만 독일 정부가 제조업 기반의 경제 모델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깨달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이번 폴크스바겐의 위기가 독일 정부에 경종을 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29일 폴크스바겐, 지멘스, 바스프 등 대기업 및 노조 지도부와 회의를 열고 기업 애로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결책은 아직 미공개 상태다. 고전적인 제조업 문제뿐 아니라 탈탄소화와 디지털화 촉진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으로 구성된 독일 집권연대의 협력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산업의 위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탈산업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독일 정부가 산업 구조 개편과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할지 주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