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주요 중앙은행들이 사상 처음으로 약속이나 한 듯 양적 긴축에 나서
미국 연준, 경기 지원을 위해 금리 인하로 선회
양적 긴축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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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2일 "지난 20년간 미지의 수역을 통과하면서 선진국의 주요 중앙은행들이 사상 처음으로 약속이나 한 듯 양적 긴축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일본은행(중앙은행)이 향후 몇 년간 보유 채권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축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연준·유럽중앙은행·잉글랜드은행과 함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양적 긴축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코로나19 위기 때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통해 경제에 투입한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연준이 2019년 첫 양적 긴축에 나섰을 때 예상치 못한 통화시장의 파괴가 정책결정자들을 때린 적이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준이 교훈을 얻었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긴축 정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특히 투자자들이 전 세계적인 현금 고갈에 직면했을 때 순항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스티븐 배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G10 전략담당 임원은 40여 년간 외환·고정수익 전략가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연준은 또 다른 문제를 겪을 수 있지만 다른 중앙은행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지원을 위해 금리 인하로 선회하면서 월가의 많은 업계 인사들은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 긴축 계획이 몇 달 후면 끝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연준은 지난 6월 이미 보유 채권 포트폴리오 축소 속도를 늦췄다.

21일 발표된 지난달 연준 정책회의록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정책결정자들은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계속 축소할 때 통화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자금시장에 나타난 압박 조짐은 연준이 양적 긴축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를 강화시켰다. 바로는 최근 고객들에게 제공한 연구보고서에서 8월 5일 정점을 찍은 공매도로 인해 세계 증시가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이는 양적 긴축의 잠재적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썼다.

스티븐 배로는 "중앙은행의 초기 채권 매입은 막대한 현금을 경제에 투입했고, 일부는 주식 등 위험이 높은 자산에 투자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 중앙은행의 자산은 줄어들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라이 사유리(白井小百合) 전 일본중앙은행 이사장은 "과거 양적완화 정책을 폈던 모든 중앙은행이 양적 긴축에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적절한 대차대조표 규모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장은 2022년 10월 영국이 마이크로 예산 불안에 빠졌을 때처럼 중앙은행 총회가 양적 긴축 계획을 중단하거나 조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고 언급했다.

현재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제학과 교수인 사유리(白井小百合)는 "많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적 긴축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 긴축의 여러 단계를 밟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몇 달 안에 연준이 양적 긴축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준에 예치된 약 3조3000억 달러의 은행 준비금이 상당해 보이지만,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특히 5년 전과 비슷한 불안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위험을 언급하며 조만간 양적 긴축 종료를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심각한 자금 압박이 실제로 갑자기 나타나더라도 연준은 이제 2019년에 없던 유동성 지원을 받아 이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공공채무 수준이 크게 치솟은 가운데 각국 정부가 정부 채권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긴축 프로그램 규모를 축소·양적화하도록 중앙은행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이 흔들리면 양적 긴축 프로그램의 충분한 시행은 더욱 어려워진다. 스위스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제롬 장 에제리 전 장관은 이달 초 엔화와 글로벌 증시의 큰 변동성은 "변동성이 돌아왔다는 경고 신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스위스 재보험연구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 중인 에제리는 "글로벌 양적 긴축이 2025년까지 이어진다면 상당 부분 급격한 변동성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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