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방산 선진국 맞춤형 방산수출 금융지원 참고해 대안 강구해야”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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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로 역대급 규모의 폴란드발 방산수출 낭보가 전해지면서 K-방산의 저력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게 된 본격적인 신호탄이 됐다. 우리나라 방산수출 증가세는 전 세계 상위 10개국 중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여 장차 방산수출 세계 9위에서 4위권까지 도약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의 규모는 날로 증가하면서 2032년경에는 글로벌 무기거래 시장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국제 무기거래 시장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여지며,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재래식 무기까지 포함해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천문학적인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에서도 120대 국정과제 중에 106번 과제로 방위산업을 첨단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국정운영에 지표화해 발표한 바 있는데, 국가 방위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수출주도형 선순환 구조화함으로써 경제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핵심 추진과제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명운이 걸린 「한국수출입은행법(이하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2월 임시국회가 법 개정에 있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상황 속에서 정작 우리 스스로 방산수출의 발목을 잡게 될까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 무기 수출국가별 정책금융 및 차관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 활용 중

우리나라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면서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루어 냈다. 이는 초창기 미국 정부의 대외 경제원조와 더불어 국제연합이 제공한 공적원조개발을 통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가운데, 2010년에는 국제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의 24번째 회원국이 되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은 매년 전 세계에서 무기 수입국 순위 5위권 이내에 포함되어 왔는데, 대부분은 미국산 무기를 도입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미동맹으로 미군의 군사원조가 기반이 되면서 자연스레 무기체계 조달에서부터 운용에 이르기까지 종속된 현상은 불가피하면서도 당연해 보이는 이유다.

전 세계 무기 수출국 1위인 미국은 무기 구매국에게 다양한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있는데, 대출, 보험, 보증 등의 통상적인 수출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해외군사재정지원(FMF, Foreign Military Financing) 프로그램을 통해 차관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과 같은 무기 구매국에게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 이른바 반대급부가 없이 원조 형태로도 제공되어지는 경우까지 존재한다.

프랑스도 범부처 조직인 수출보증심의원회에서 의결한 별도 국가별 리스크 등급과 요율 등을 차등 적용하는데 필요시 해당 국가의 등급과 달리 조건부 승인형태로도 수출금융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때, 해당 국가의 등급을 상향 조정할 경우에 금리와 요율을 할인해주거나 상환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스웨덴은 수출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공동으로 파이낸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인도는 차관을 구매금액의 최대 80%까지 제공하면서 개발원조 지원사업 형식으로도 제공한다.

■ 국가 간 무기거래의 특성상 맞춤형 방산수출 금융지원 제도 구비돼야

최근 글로벌 무기거래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무기 수출 조건으로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 형태로서 ‘패키지 딜(Package Deal)’ 방식을 상호 간에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인도에서 제조하라(Make in India)”는 말처럼 무기 구매국은 자국 내 생산 및 제조 기반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고용 창출과 더불어 생산유발 효과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거둘 뿐만 아니라 자국민 근로자들의 기술 습득을 통한 무기 국산화 추진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 세계 무기 구매국들이 대부분 예산이 부족한 중진국 또는 후발국가들에게 무기 수출 간 수출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데, 경우에 따라 반대급부 없이 무상으로 해당 국가의 인프라 시설 등을 건설해주거나 지역 개발 또는 시설 확충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방산수출은 국가 간 무기거래이므로 사실상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데다가 미국을 비롯한 방산 선진국들은 해외 원조 이외에도 방산기업들의 로비까지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수출금융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서는 성사되기가 어렵다는 특성이 존재한다.

국내 방위산업은 1970년 태동된 이래 반세기 동안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자주국방을 목표로 내수 획득조달에 치중해 왔다. 우리나라는 무기 수출 간에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적수출신용협약에 따라 일반적인 민수시장에서 민간제품에 적용하는 지원 가이드라인을 적용 중이다.

반면, 해외 방산 선진국들은 무기체계 구매를 원하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공적수출신용협약 대상 지원기준이 아닌 방산수출을 위해 별도의 파이낸싱 정책과 기준에 맞춰 다양한 수출금융 지원 프로그램 제도 등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 현행 수은법 개정 반영의 필요성과 K-방산 수출금융 지원방안 시급해

우리나라는 방산수출액이 2006년 2.5억불의 미미한 수준에서 2014년 36억불로 증가한 데 이어 2022년 170억불 규모로 확대됐다. 지난해 폴란드 1차분 방산수출 계약과 올해 2차분까지 약 3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상황 속에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 규모와 신용공여 한도 규제 등으로 인해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금융 제도의 변화가 요구된다.

비약적으로 증대되는 방산수출의 규모와 마찬가지로 국내 원전, 에너지, 철도, 공항, 조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해외사업 수주 기회가 식별되는 상황임에도 수출금융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 자본금은 1999년 4조원에서 2009년 8조원으로 증액돼 2014년부터 현재까지 15조원 수준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수은법 시행령 제17조의 5항에서 자기자본 40%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제한하지만, 단서조항에서 “신용위험이 없다고 인정되거나 그밖에 수출입은행 설립목적 수행에 필요한 경우로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한 이후 인정하는 경우”를 예외로 명시함으로써 필요 시에는 경우에 따라 기준 신용공여 한도를 초과해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15조원에서 최소 25조원, 최대 35조원으로 증액하는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에 있다. 다른 국가가 구매 당사자인 계약은 자기자본의 40% 이내 신용공여 한도를 예외로 한다는 개정안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3명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명 등 여야의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임에도 기재위 상임위에서 반년 가까이 제대로 논의조차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 K-방산 지원 수출금융 파이낸싱 기준 마련과 별도 기금 조성도 필요해

금번 수은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에는 폴란드와 체결한 약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무기수출 계약이 자칫 무산되거나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 수주계약을 어렵사리 맺었지만, 무기를 판매한 당사국의 자국법 제한사항이 발생됨에 따라 계약 이행을 하지 못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게 될 판이다.

수은법 개정안 무산으로 폴란드와 맺은 방산수출 규모가 축소 또는 계약해제까지 벌어질 경우,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해외 방산수출 활로를 개척함에 있어 분명한 악재로 작용될 것이 분명한 데다 후속 방산수출 세일즈를 추진함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요소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지금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보더라도 4월 10일에 예정된 총선 이전에 열리는 마지막 2월 임시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와 방산업계에서는 시급하게 특단의 수출금융 파이낸싱 기준 및 별도의 기금 조성 등 대책을 강구하여 마련해야만 하겠다.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으로 국군의 전략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군인공제회는 연간 현금성 투자자금을 약 17조원 이상 운영하는 금융계 큰 손으로 불린다. 해마다 회원들이 납입한 불입금을 최대 복리로 연 이자를 제공하는데, 국내외에 다양한 투자처를 대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로 거대 금융자금을 운영 중이다.

가령, 군인공제회의 투자자금을 기금으로 조성한 후에 정부가 방산업체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이차보전금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국고로 보조하는 펀딩을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추가로 민간 투자금융과도 연계하여 정부가 보증하는 대형 ‘방산펀드’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도 강구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부 재벌 방산기업에 대한 특혜성 시비를 거론하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방위산업 자체가 정부 주도의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특성과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한다면, 섣부른 반대는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K-방산의 성장을 위해서는 절충교역(Offset Trade)을 중심으로 국가 간 산업협력은 물론 적극적인 국가별로 맞춤형 정책금융 제도를 통해 금융지원 및 대응구매가 무기 수출에서 전제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당국의 방산수출 금융지원 관련 파이낸싱 지원 간 리스크 평가, 요율 산정, 심의절차 구축 등을 위한 세부 제도 마련 이외에도 별도의 기금 조성을 위한 금융지원 정책 변화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검토가 서둘러 필요한 시점이다.

최기일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 겸 성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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