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등 연료와 대량의 식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9개월 만에 금리 인상 결정
중동 정세가 긴박한 것도 투자자들이 헤지 목적으로 신흥국 통화를 매도 유도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억제와 경제를 부양하는 걸 놓고 고민

동남아 국가들에서 자국 통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31일 보도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달 26일 긴급 금리 인상을 발표했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이에 앞서 9개월 만에 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
높은 식품·에너지 가격은 국민의 불만과 직결돼 정국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각국은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레몰로나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긴급 금융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이날 11월 열리는 금융정책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긴급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정책금리인 콜금리는 연 6.5%로 25bp 인상됐다.지난 5월 이후 네 차례나 정책금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어서 금융시장을 놀라게 했다.
금융 긴축의 배경에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필리핀의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월 전년 동기 대비 6.1% 올라 식료품과 일용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필리핀 CPI는 1월 8.1%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보이다가 7월에야 4.7%로 떨어진 뒤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목표한 24%를 웃돌고 있다.
레몰로나는 11월 금리인상 기간 중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율은 '2024년 7월 이후'가 돼야 정부가 설정한 목표치로 내려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추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 신흥국 통화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수입품 가격 인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동 정세가 긴박한 것도 투자자들이 헤지 목적으로 신흥국 통화를 매도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월 달러당 59페소까지 떨어졌던 필리핀 페소화 환율은 여전히 57페소의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 인도네시아 동도 2020년 4월 이후 달러당 1만5900동까지 떨어졌다.
휘발유 등 연료와 대량의 식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자국 통화의 약세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19일 인도네시아의 방산 평가절하 여파로 9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9월 물가상승률은 2.3%로 중앙은행이 2023년 목표로 설정한 2~4%대에 불과하지만 향후 수입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페리 지바요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수입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안정성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국 중앙은행이 9월까지 여덟 차례의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린 것은 바트화 매도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사이타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물벼락치기' 성격이 강한 정책을 내놓은 것도 과열 우려를 낳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자국 통화인 링깃의 달러 환율은 10월에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추가 평가절하를 막기 위한 조치로 향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동남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를 4.6%로 0.1%포인트 낮췄다. 외수가 부진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겹치면 동남아 경제가 더욱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금리를 인하하며 성장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냐, 아니면 경제를 부양하는 것이 우선이냐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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