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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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외교 무대에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대국의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부에 있었다.

이런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코로나19 대유행,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규제, 중국의 정찰풍선 등으로 계속됐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가 경제적인 제제와 보복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화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게 강대국간의  외교관계 행태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미국의 거물급경제인들이 지난 봄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다.

 이어 외교, 경제 장관들도 중국을 방문해 중국 최고지도자 등과 대화를 했다.

미국은 중국의 확장정책을 견제하면서도 두 경제대국의 갈등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갈등 누구에게도 득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지난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발언한 요지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각) CNN에 출연해 중국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미중 양국)는 관계를 안정시키고, 우리가 처한 경쟁적 상황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갈등은 우리에게도, 그들(중국)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끝까지 치킨게임을 할 것 같았는데 갑자기 돌변한 것이다.

국가 간에도 생활의 반경이 서로 겹치면 관계를 단절하기가 어렵기때문이다. 

2023년 7월 18일 미국반도체협회(SIA)가 묘한 결의를 했다. 

미국이 대통령부터 나서서 첨단산업의 대중국 봉쇄를 부르짖고 동맹국들에게도 대중국 투자 금지와 공급망 탈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중 기술 전쟁의 당사자인 반도체 회사의 CEO들이 나서서 더 이상의 대중국 제재를 하면 안 된다는 건의를 했다. 

누가 미국의 적이고 아군인지 모른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의 필수 조건으로 중국 공장 증설 제한을 당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또한 중국의 대북정책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 냉전시대를 방불케한다.

29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북한이 '전승절'로 여겨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아 중국대표단으로 공식 방북한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이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70년 전 중국 인민지원군과 북한 인민군은 함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의 위대한 승리를 거두고, 피로써 위대한 전우애를 맺었다”면서  “국제 풍운이 어떻게 변하던 중·북 관계를 잘 유지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냉혹한 국제현실에서  대의명분과 이해득실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는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속에 칼을 감춤) 같은 복마전(伏魔殿)에 가까운 상황이라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이익을  따라 인간관계와 국제관계도 움직이는  세태다.

각자도생의 각도에서 보면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우방과 적도 없는 세상이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비정한 국제정치 세계에서 승리를 위해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어제까지 으르렁거리다 갑자기 친목한 모습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와관련  '마음 속에 칼이 숨겨져 있다'는 뜻의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고사성어를 우리는 강대국 관계에서 잊지말아야 한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Janus)의 두얼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몸을 지니면서 두 개의 욕망에 대응하는 상반된 양면의 얼굴(전략)을 가진 존재다. 

소리장도는 당나라 고종 때 중서시랑을 지낸 이의부의  이중성격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고종 임금의 절대 신임을 업고 있는 이의부의 주변에는 자연히 쉬파리 같은 부류들이 모여들었고, 그는 그들을 상대로 벼슬을 팔아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는 겉으로는 온화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땐 반드시 미소를 짓고 선량한 얼굴을 했다. 

강대국간에는 항시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함과 구밀복검(口蜜腹劍ㆍ입에는 꿀을 물고 뱃속에는 칼을 품다)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예리하게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속 마음은  철저히 자기이익을 위해  포장하고 음험한 계책으로 상대를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국제 사회관계는  당연히  적과 우방이 존재한다. 

적과 어울릴 수도 있고, 우방과 다툴 수 있지만 이를 착각하면 큰일 난다는 점이다.

"오직 영원한 국익만이 있을 뿐이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임을 부정할수 없다.

(사)선진화운동중앙회 상임이사 이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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