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세가 침체 되어
도시의 오피스텔 공실률은 재택근무 확산과 인력 감축으로 리먼 사태 이후 최고치
유럽 집값 하락으로 은행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세가 침체됐다.

세계 17개 주요 도시의 오피스텔 공실률은 재택근무 확산과 인력 감축 등의 영향으로 10개 도시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도심 지역의 주간활동인원이 줄면서 호텔 등 상업시설 이용률도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종을 위한 자금 조달이 물 건너가면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도심에 우뚝 선 힐튼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호텔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텔 소유주인 미국 파크호텔앤드리조트는 5일 대출 이자 지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해 총 부채가 7억2500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 회사 토마스 볼티모어 최고경영자는 "주변 오피스텔의 공실률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하면서 출장 수요와 회의 수요가 모두 줄었다.

세팡 웨이리스 부동산 컨설팅 회사(CBRE)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지 공실률은 3월 말 현재 20%에 달했다.

현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하지만 2022년 가을 이후 몇몇 IT 회사들이 성장 둔화로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사무실 수요가 줄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시황의 부진이 뚜렷하다.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도 공실률이 높다.도쿄는 다른 도시에 비해 공실률은 낮지만 시황 부진을 나타내는 5%에 육박하고 있다.

CBRE에 따르면 전 세계 오피스텔 공실률은 3월 말 현재 12.9%로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3.1%에 육박했다.

도심 출근에 집중하지 않고, 쇼핑몰과 호텔 등 상업시설도 풀가동되지 않는다.

각국 정부는 닥칠 수 있는 금융 불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 연준 금융규제담당 부회장은 5월 하순 미 하원 청문회에서 "도심 상업용 부동산은 시세가 취약해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업은행이 오피스텔과 상업시설을 대상으로 한 융자 총액은 3조 달러에 육박한다.

양적완화로 유동성이 늘어난 배경에는 유력 은행들이 예금을 많이 흡수하면서도 대출 대상 찾기에 애를 먹자 상업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 대한 과도한 쏠림은 은행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그린스트리트부동산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4월 미 전역의 상업용 부동산 매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5.3% 하락해 2009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세입자의 퇴출로 부동산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고 있다.

일부 업자들이 자기 소유 부동산을 팔아야 하는 상황도 집값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담보가치가 떨어져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은행이 경영난으로 번질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져 경기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유럽중앙은행이 5월 내놓은 금융안정평가 보고서는 막대한 투자펀드가 부동산 시장으로 쏠려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유럽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만큼 이들 펀드가 어려움을 겪으면 이를 떠받치는 은행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만성적인 양적완화는 부동산 시장의 팽창을 낳았지만 급진적인 통화긴축은 시장 환경을 급변시켰다.

도심의 번화 정도가 잦아들면서 위기의 싹도 슬금슬금 자라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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