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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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다르게 올해 봄차 소식은 늦어져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애간장을 태운다. 사실 작년이 약 2주 정도 이례적으로 빨랐기에 올해는 예상대로 나왔지만 작년과 비교하는 사람 심리는 어쩔 수 없다.

중국은 전 세계 차 생산량의 40%를 상회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고, 중국에서 생산하는 차 중에서 60% 이상은 녹차가 차지한다. 종류 면에서도 중국의 녹차는 대단한데, 필자의 저서 『차쟁이 진제형의 중국차 공부』에서 총 정리한 중국의 명차 목록 중 녹차는 448개로 전체 703개의 64% 가까이 차지한다.

이 엄청나게 다양한 맛과 향의 녹차들이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중국 전역에서 쏟아져 나온다. 차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입과 코는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지를 만하고, 반대로 지갑은 텅텅 비어가는 허탈함을 느끼는 시기이다.

중국 녹차를 마셔보지 못한 분들께는 이름을 알려주고, 이미 여러 차를 경험해 보신 분들께는 더 넓은 선택지를 드리는 의미에서 한 줄 논평 형식으로 다양한 녹차 종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구수하고 편안한 맛의 서호용정(西湖龙井)은 중국인에게도 가장 사랑받지만 한국인도 가장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맛을 가졌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 지역인 사봉산에서 생산되면 사봉용정(狮峰龙井)이라 불린다.

봄꽃이 가득한 차밭에서 수확하는 향이 좋은 동정벽라춘(洞庭碧螺春)은 솜털이 많아 마실 때 성가실 수 있다. 명산에 명차라는 공식을 보여주는 황산모봉(黄山毛峰)은 두터운 차탕이 자랑이고, 이 세상에 하나뿐인 싹 없이 잎으로만 만들어야 하는 육안과편(六安瓜片)은 깜짝 놀랄 차맛을 보여준다.

상해에서 지리적으로 멀어 덜 유명하지만 틀림없이 중국의 10대 명차에 포함되는 하남성 (河南省)의 신양모첨(信阳毛尖)과 귀주성 (贵州省)의 도균모첨(都匀毛尖)도 허명을 얻은 게 아니다.

길쭉하고 편평한 모양이 특징적인 태평후괴(太平猴魁)는 난꽃향이 선명하고,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강한 안길백차(安吉白茶)는 이름과는 다르게 녹차로 분류되는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덖음 녹차가 대세인 중국에서 증기로 찌는 증청(蒸青) 방식으로 만든 녹차가 있다는 사실은 의외일 것이지만 은시옥로(恩施玉露)라는 차가 있다. 사천성(四川省)에는 생각보다 뛰어난 녹차가 많은데, 몽정감로(蒙顶甘露)는 이름만큼이나 달디 단 차탕을 자랑하고, 공정이 대동소이 하지만 지리적 표시제 보호를 받는 아미산 죽엽청(峨眉山竹叶青)과 그 이름을 쓰지 못하는 몽정석화(蒙顶石花)는 튼실한 차싹이 유리컵에 꼿꼿이 서는 멋진 광경을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도시에서 나는 명차는 흔치 않은데 남경우화차(南京雨花茶)는 역사는 짧지만 당당히 명차의 반열에 올랐고, 반대로 당나라 때부터 이름을 얻은 강서성(江西省)의 여산운무(庐山云雾)는 이름 그대로 운무가 연중 195일 낀다는 여산이라는 명산에서 생산된다.

[茶쟁이 진제형은 20년 넘는 차 연구원 경험을 바탕으로 '茶쟁이 진제형의 중국차 공부'라는 책을 출간하고, 아내인 으라茶茶 이선혜와 함께 차 관련 동호회 운영 및 차 강좌를 통해 차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본인 제공.
[茶쟁이 진제형은 20년 넘는 차 연구원 경험을 바탕으로 '茶쟁이 진제형의 중국차 공부'라는 책을 출간하고, 아내인 으라茶茶 이선혜와 함께 차 관련 동호회 운영 및 차 강좌를 통해 차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본인 제공.

용정차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절강성(浙江省)의 명차로 인정받는 경산차(径山茶)는 차 자체도 유명하지만 다경(茶经)을 기술한 육우(陆羽) 선생이 찻물로 썼다는 육우천(陆羽泉)도 상당히 유명하다.

용정이라는 한글 발음이 같아 한국인에게는 용정차의 모방품이라 오해받기 십상인 개화용정(开化龙顶)은 엄연히 족보가 있는 차이다. 한국에 전해진 차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천태산(天台山)의 운무차(云雾茶)도 참 맛이 좋다. 우리나라 전라남도 장흥군과 한자 지명도 같고 둥근 엽전 형태인 차의 모양도 같은 장흥자순차(长兴紫笋茶)는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 맛 볼만 하다.

차의 가치가 황금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보정황금차(保靖黄金茶), 예상외로 멋진 난꽃 향을 느낄 수 있는 서성소란화(舒城小兰花), 자사호(紫砂壶)가 나오는 의흥(宜兴)의 옛 이름을 따서 지은 양선설아(阳羡雪芽),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인 셀레늄(Selenium, 硒) 함량이 높은 자양부서차(紫阳富硒茶), 돌돌 말린 구슬형태로 만든 용계화청(涌溪火青), 그리고 차가 생산되리라고 상상도 되지 않는 감숙성 (甘肃省)의 벽구용정(碧口龙井) 등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차를 즐기면서 힘든 외국 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을 얻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진제형 차 전문 칼럼니스트 jhyo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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