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발생한 20대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충돌은 여당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위법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환승)는 21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황교안 등 전·현직 의원과 당직자 등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번 재판 피고인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전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전·현직 의원 24명과 보좌관 3명으로 총 27명이다.
피고인들은 지난해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이 포함된 ‘사법개혁안’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내용이 담긴 ‘선거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은 혐의로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이 사건은 다수의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국회 내 폭력행위, 이른바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국회선진화법을 최초로 적용해 기소한 사례"라며 "국회의원들이 폭력행위로 정당한 의정활동을 방해했고, 그 과정에 생방송 됨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법안을 제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의정활동을 한 것"이라면서 "공소 사실이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기소로써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보좌관 측 변호인도 "보좌관의 정당한 직무는 의원이 지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은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고 정당한 업무행위로서 위법성 조각되고 책임도 없다"고 말했다.
오전 재판에 출석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의견 진술 과정에서 "국민에게 더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면서도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 법정에서 재판의 대상이 돼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국회 내에서 매듭짓고 해결해야 한다.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 여기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는 어떤 책임도 묻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오후 2시 재판에 참석해 "기소된 저의 죄목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권력 폭주와 불법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가 어떻게 불법이 될 수 있느냐"며 "악법을 어떻게 방치할 수 있겠느냐. 이는 국민에 대한 배임이고 국가에 대한 배신이다. 그래서 결사 저지해나갈 수밖에 없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는 "저는 죄인이다. 법원이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저로 충분하다"며 "무더기 기소된 27명이 아니라 저만 벌해달라"고 했다.
한편 민경욱 전 의원은 미국 행사 참여를 이유로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부는 민 전 의원을 강제로 소환하기 위한 구인장 발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세 차례에 나눠 진행된다.
오는 23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첫 재판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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