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에 속도를 내면서 한시름 놓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더딘 두산인트라코어와 몰트롤BG 매각이 자금 마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두산그룹이 연내 대규모 자금 마련에 성공할지 재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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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건설· 두산솔루스 매각 속도, 한숨 돌린 두산그룹

최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산업개발을 선정했다. 두산건설 매각가격은 2000억~3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대우산업개발은 주택브랜드 ‘이안’을 보유했으며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이 전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두산그룹 골칫거리였던 두산건설이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택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대우산업개발 입장에서는 두산건설 인수를 통해 ‘위브’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두산그룹 전자소재 계열사 두산솔루스 매각도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두산은 지난 7월 7일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두산솔루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펀드로 일명 ‘진대제펀드’로 불린다.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손꼽힌다.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동박)과 전자제품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 소재가 주요 품목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바이오 소재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꾸준한 수익을 내왔다. 지난해 매출 2633억원, 영업이익 382억원을 올렸다.

또한 두산그룹은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과 체결했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강원도 홍천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 구조조정이 점차 속도를 내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분석했다. 지금 추세라면 두산그룹은 연내 자산, 계열사 매각을 통해 1조5000억원가량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하반기 준비 중인 두산중공업의 1조원 유상증자를 포함하면 연내 2조원 이상을 확보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솔루스, 클럽모우CC 매각에 이어 찬밥 신세 우려가 컸던 두산건설까지 팔리면서 두산그룹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는 분위기다. 지금 속도라면 예상보다 일찍 채권단 지원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는 두산인프라코어·모트롤BG

두산 그룹의 매각 속도전에 발목을 잡는 것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모트롤BG, 두산타워 등의 매각작업이다.

두산 모트롤BG 매각을 두고 노조 반발이 만만치 않다. 금속노조 두산모트롤지회는 최근 국회에서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 매각 저지를 위한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두산 모트롤BG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노조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 후보로 중국 최대 건설장비 제조사 XCMG가 급부상하면서 국부, 기술 유출 문제도 언급했다.

노조 측은 “굴착기용 유압부품 1위 업체의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꼴이고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우려된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고용 보장과 연구개발(R&D), 시설투자 등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선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산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오리무중이다.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적어도 8000억원 이상에 팔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헐값에 넘기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탄탄한 영업이익을 올려온 두산밥캣을 분리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1분기 말 기준 차입금이 2조9000억원으로 올해 예상 영업이익(2442억원)의 12배에 이를 정도라 단시일 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두산베어스도 매각대상에 오르나?

두산 인프라코어 매각까지 진행된다면, 사실상 두산그룹에 남은 핵심 계열사는 두산중공업과 두산밥캣 뿐이다.

두산중공업은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사업을 축소하고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난해 과장급 이상 2400여명이 순환휴직을 하고 올해 두 차례 900여명이 명예퇴직 처리됐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5% 줄어든 877억원으로 실적도 악화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까지 매각 대상에 오르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주요 자산 매각 계획을 신속히 이행해나갈 것이다. 하루빨리 위기 상황을 극복해 임직원 여러분의 희생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해 국내 최장수 기업 자존심을 세울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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