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스비전e>

[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신세계 그룹의 이커머스 사업 통합 및 대규모 투자 단행 소식으로 국내 유통업계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4차산업 시대의 첨단기술과 본격적으로 융합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온라인 사업 강화' 전략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통한 자체 성장으로 나타났다. 그간 혁신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계획을 발표할 것임을 정 회장은 시사해 왔고 26일 공개한 것이다. 

11번가 등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도 검토했지만, 신세계가 선택한 것은 이커머스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다. 

신세계그룹은 전자상거래에 1조원 이상 투자 유치를 추진, 이를 기반으로 그룹내 관련 사업부를 통합 육성키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속한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그룹내 핵심 채널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투자유치 관련 윤곽도 구체화됐다. 

신세계그룹은 투자의향을 밝힌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 두곳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페이팔의 첫 기관투자자 참여...국내 유통혁신 '시발점' 되나

블루런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사진 / Bluerunverntures 홈페이지>

이번 발표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신세계와 투자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자산운용사 가운데  한곳인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다. 

BRV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블루런벤처스로부터 출범한 글로벌 성장 투자 펀드다. 블루런벤처스는 페이팔의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할 당시 첫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국내 O2O 기업 '직방'에도 투자한 바 있다. 

일단, 신세계그룹에 투자 검토를 하고 있는 이유로는 고공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온라인 사업에 대한 평가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은 각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며,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대비 24%가 넘는 매출 신장을 기록할 정도로 지속적인 고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이마트의 올해 매출 성장율을 두자리수로 전망하는 등 증권사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들 해외 투자사들이 신세계그룹 온라인 사업의 성장세와 향후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 계기가 돼, 이번에 양해각서 체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해야 할 이유도 있다. 온라인 유통의 성장세와 함께, 앞으로 4차산업 시대의 주요 기술과 융합할 경우, 기존 아날로그적 유통 사업구조를 온라인 및 디지털 구도로 변화시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과 비교할때 국내 유통산업은 디지털과의 결합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현실"이라며 "외국계 자산운용사들 시각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디지털과 온라인 기반 혁신에 성공할 경우 투자 가치의 상승을 기대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디지털·융합 시동 거는 국내 유통사들

<자료 / 통계청>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더불어 이번 신세계의 이커머스에 대한 파격적인 경영 결정은, 롯데·현대백화점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커머스의 지각변동 수준의 변화가 불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약 990개 온라인쇼핑 운영업체의 거래액은 63조 416억원으로, 2014년 이후 해마다 연 17.7%~20.5%의 성장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들어 성장율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대생활과학연구소는 올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이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롯데와 현대백화점의 행보는 지지부진했다. 

2014년말부터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전담조직까지 설립했음에도 롯데닷컴은 2016년 3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기존의 유통사업 체제로부터 탈피해 혁신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줄곧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는 미래전략연구소 산하 TF팀을 구성해, 온라인 시장 확대에 따른,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달 그룹 인사에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기술 관련 사업을 맡아온 임원들을 기용했다. AI 사업을 담당해온 김혜영 상무, 빅데이터 분야를 맡았던 김혜영 롯데멤버스 빅데이터 부문장 등이다. 

유통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롯데가 4차산업 시대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글로벌 주요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마존과 협업이 등의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롯데가 다양한 전략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신세계의 파격적인 전략에 이어 롯데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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