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tender retail>

[뉴스비전e 장연우 기자] 리테일테크는 유통산업에 적용된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의 ICT 기술을 일컫는다.

리테일테크의 기반 기술로는 이미 시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비롯해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등을 꼽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2025년 전 세계 유통산업에서의 사물인터넷(IoT) 시장 규모가 9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2022년 전 세계 유통산업에서의 AI 시장 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월마트나 아마존, 알리바바 등과 같은 해외의 대형 유통 기업들은 빠르게 사업을 정비하며 ICT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 유통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전통적인 소매점 기반의 유통업체들은 인터넷, 모바일 시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이 추락하고 업계 주도권을 잃게 됐다. 게다가 계산원이 없는 아마존 고(Amazon Go)가 1 년간의 시험 운영을 마치고, 2018년 1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개시하면서 유통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유통산업의 변화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통적인 유통업체와 e커머스 업체 모두 리테일테크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1의 도구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리테일테크 시장...비즈니스 인사이트·챗봇·로봇 활용 가속화

그간 유통업체들은 소매점에 방문하는 고객의 숫자나 성별, 연령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점원이나 계산원의 데이터 입력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러한 고객 정보를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을 이용해 자동으로 측정하고 분석해 주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솔루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리테일넥스트(RetailNext)는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시각화해서 매출 신장에 도움을 주는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7년 설립 후 퀄컴벤처스, 커머스벤처스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1억 84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리테일넥스트가 선보인 오로라(Aurora) v2 장치는 매장에 설치해 고객의 동선과 행동을 측정하는 사물인터넷 센서다. 이 장치와 통합된 인공지능 서비스는 취합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정보와 동선이 의미하는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걸 도와 준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도르(Dor Technologies)가 있다. 

리테일 넥스트 오로라 <사진 / 리테일 넥스트 홈페이지>

리테일넥스트의 솔루션은 고객의 성별 및 연령대, 첫 방문 여부 또는 얼마나 자주 방문 했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매장이 방문했는지, 얼마나 머물렀는 지, 상품에 얼마나 관심을 보였는지, 고객의 매장 방문 순서와 구매 여부 등을 비롯해 매출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상품 진열 방법도 추천한다.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 정보도 측정하고 분석한다. 직원의 생산성, 직원의 동선, 직원이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직 원이 매장 매출에 미친 영향 등도 알 수 있다. 

리테일넥스트가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 정보를 측정하고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 다면, 유빅(Yoobic)은 매장과 본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매장 이벤트(캠페인) 현황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마케팅 및 세일즈 성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여러 기능들을 제공한다. 

유빅 <사진 / 유빅 홈페이지>

매장에 제품을 공급한 브랜드 또한 유빅을 통해 방문자 리포트, 경쟁업체 현황, 실시간 성과 측정, 실시간 피드백 등을 얻을 수 있다. 브랜드와 유통업체는 유빅을 통해 연결 되어 매장에서의 상품 진열 방식, 프로모션 일정, 베스트 프랙티스, 제품 교육 자료 등 을 공유하고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상품 구매 시 고객 입장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매력적 인 새로운 결제 방식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호주 기업 애프터페이(Afterpay)는 오프라 인 및 온라인 쇼핑 고객에게 신용으로 할부판매를 제공한다. 애프터페이의 중요한 특징 은 무이자, 즉 할부결제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의 경우에도 특정 쇼핑몰과 카드사가 연계해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할 때 무 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애프터페이의 경우에는 제휴 소매점 및 쇼핑몰 어디서든지 어떤 물품이라도 할부 결제가 가능하다. 
 
애프터페이는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할부 방식은 간단하다. 소비자는 총 구매금액을 1/4로 나눠 2주마다 한번씩 네 번 결제하면 된다.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구매를 할 경우 소비자는 먼저 신용 구매 가능한 최대 한도액을 승인 받은 후 발급되는 바코드를 매장에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온라인 쇼핑의 경우에는 결제 화면에서 애프터페이를 선택한 후 사용자 정보를 입력하면 즉시 승인 결과를 보여준다. 
 
애프터페이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고 할부로 구매 가능한 한도액을 측정한다. 할부결제 수수료는 없지만, 만일 결제일에 자동결제가 안 되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애프터페이의 핵심 기술은 손실율을 최대한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소비자의 신용과 한도액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다. 애프터페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로 짚머 니(zipMoney)를 꼽을 수 있다. 

이런 류의 서비스에 있어서 핵심적인 성공요인 중 하나는 생태계 구축이다. 애프터페이는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API와 개발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매점의 POS 시스템 또는 온라인 쇼핑몰의 결제 시스템에 애프터페이를 손쉽게 통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통산업에서의 챗봇(Chatbots) 활용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베이는 쇼핑 도우미 기능을 제공하는 샵봇(Shopbot)이라는 명칭의 챗봇 서비스를 선보인 상태다. 사용자가 구매 예산을 입력하면 샵봇은 그에 적합한 상품들을 추천 한다. 예를 들어, 샵봇에게 ‘100 달러 미만의 남성용 운동화’를 원한다고 알려주면 치수, 색상, 스타일 등을 물어보고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스냅 트레블(SnapTravel) 챗봇 서비스 <사진 / SnapTravel.com>>

해외에서는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는 챗봇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사례로 호텔을 찾아주는 스냅트래블(SnapTravel)의 챗봇,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세포라(Sephora)의 챗봇, 옷을 추천해주는 H&M의 챗봇, 고객의 영수증을 분석해 정기 결제되는 내역을 파악하고 이를 취소해주는 트림(Trim)의 챗봇 등이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챗봇 활용이 미미한 편이고 챗봇의 지능도 그리 똑똑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올해부터 점차 스마트한 챗봇들이 등장해 소비자를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산업에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더불어 미래 활용성이 크게 기대되는 기술은 로봇이다. 유통산업을 위한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 펠로우로봇(Fellow Robots)이 유통업체 로우스(Lowe’s)를 위해 개발한 로우봇(LoweBot)은 고객이 상품을 찾는 걸 도와주는 서비스용 로봇이다. 로우봇이 고객 응대를 한다면, 심비로보틱스(Simbe Robotics)의 탈리(Tally)는 직원 대신 매장의 통로를 다니면서 재고를 파악해준다. 
 
페치로보틱스(Fetch Robotics)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자동으로 창고 선반에서 픽업하거나 운반하는 물류 로봇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투자, 인수합병도 꾸준히 이어져

아마존과 같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리테일테크의 혁신에 헌신하는 핵심 주체는 스타트업이다. 그에 따라 최근 들어 리테일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벤처스캐너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리테일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연평균 24% 증가했으며, 2015년, 2016년에 각각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고 2017년에도 100억 달러 이상 투자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월마트가 인수한 Jet.com <사진 / Jet.com>

유통산업의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인수합병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월마트는 2016년 9월 제트닷컴(Jet.com)을 33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온라인 사업의 강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2017년 6월에는 남성의류에 특화된 e커머스 기업 보노보스(Bonobos)를 3억 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마케팅 서비스 기업 할랜드클라크(Harland Clarke)는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리테일미낫(RetailMeNot)을 2017년 4월 6억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POS 기업 스캔소스(ScanSource)는 중소사업자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POS포탈(POS Portal)을 2017년 6월 1억 4490만 달러에 인수했다. 

리테일테크는 물류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등 SCM(Supply Chain Management)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으로 리테일테크를 적극 활용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에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있어 적지 않은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 된다. 

이제 유통산업에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할 것인가?”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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