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신승한 기자] 전세계 정상들이 모인 제72차 UN 총회가 지난 9월 18일 열렸다.

각국별로 속내는 달랐겠지만 북핵문제는 단연 가장 큰 이슈였다.

제72차 UN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에서 취임이후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중 '평화'라는 단어를 33번이나 사용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앞서 '계속 도발한다면 미국과 우방국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북한을 파괴할 수 밖에 없다'며 엄포를 놓았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트럼프의 연설을 맹 비난하면서 '미국의 군사공격 기미가 보일땐 가차없에 선제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면 16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9월 3일엔 6차 핵실험까지 했다. 이처럼 북한이 계속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한반도엔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해지면서 보수야당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전술핵 재배치'를 한반도 평화를 위핸 대안으로 들고 나왔다.

북한에 대응해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지난 1991년 한국에서 철수한 미군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야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위해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고 우리 국민 천만명의 서명운동을 펼치고, 급기야 미국에까지 쫓아가 필요성을 알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우리가 열세로 몰리면서 항상 불안하게 살게 될테니 핵무기를 미국에서 빌려오자는 주장은 처음 들으면 일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가장 중요한 몇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먼저 NPT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이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 등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

하지만 과거 인도나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그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 강대국 니네들만 핵무기를 갖고 있는 거야? 우리는 있으면 안돼? 우리도 핵무기 만들래!"라고 주장한다면 딱히 말릴 수가 없다.

따라서 강대국들은 핵의 확산을 막고 새로운 핵무기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1968년 '핵 확산 금지조약'을 맺었다.  

영어로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약자로, 'NPT'로 불리는핵확산 금지조약은 핵무기로 인한 인류비핵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보유국이 비보유국에게 핵무기를 넘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강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세계 평화와 함께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가 위치한 한반도 전체에 핵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가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대화를 구걸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비난하고 있다.  

보수 야당에 '그렇다면 "전술핵 재배치'라는 얘기 이외에 당신네들의 대북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미국은 전세계 수장들에게 북한의 경제 제제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화를 하자는 뉘앙스의 발표를 해도 반응이 없고 계속 미사일을 쏴 대고 다른 방법으로 압박을 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펼치고 있는 '대북 경제 제제'는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불러오고  그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작업인 셈이다.

그런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보수야당은 도대체 무슨 대안을 갖고 있는 것인가?

특히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입장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급하지 않다는 거다. 

북한은 11년 전인 지난 2006년 10월 9일 제1차 핵실험을 했다. 

물론 그때도 북한을 비난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위기감이 고조되진 않았다. 이후 북한은 2009년 5월, 2013년 2월 2차례 더 핵실험을 했다. 그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과 9월에 있었던 4, 5차 핵실험부터는 반응이 달라졌다. 왜 일까? 이 시기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ICBM과 SLBM 실험을 강행했고 일부 성공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ICBM을 개발해 미국이나 유럽 본토에 핵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자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사드 포대를 성주에 배치하게 되면 서울 및 수도권은 방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우리나라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미국 본토를 향하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미리 탐지하고 타격하기 위한 것이지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미국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사드운영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할 이유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것 이외에 현재로서 뽀족한 대안은 찾기 어렵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에 상응한 어떤 대가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먼저 나서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의 전쟁여부보다는 북핵의 자국 본토 타격여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 야당의 임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발목잡기식의 비판과 허무맹랑한 탁상공론식의 대안만을 내놓기 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 의원들을 만나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과 북핵억제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설득하는 실천 가능한 일들을 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 한 구절이 다시 가슴을 파고 든다.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모두 되새겨야 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