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이달 14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을 개인이 아닌 네이버 법인으로 정하는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 준(准)대기업으로 지정하고, 따로 '총수'를 지정해 '일감몰아주기' 등의 법적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을 지게 하는것에 대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자신의 지분률은 4.64%에 불과해 다른 주요주주(국민연금 10.61%/ 영국 에버딘자산운용 5.04% / 미국 블랙록펀드 어드바이저 5.03%%)의 지분에 못미친다는 해명을 했고, 이 과정에서 김상조 공정위장과도 만났다는 취지의 보도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지분과 관련해, 한참 지난 일이긴 하지만, 지난 2005년 8월 30일 게임사 넥슨과의 자사 지분과 관련된 거래를 되짚어 보게 된다. 

당시 NHN(네이버로 사명 변경전 회사) 지분 5.28%를 보유하고 있던 게임 개발사 엠플레이(카트라이더 등 개발/ 창업자김정주 NXC 대표)의 지분 30%를 309억원에 NHN이 매각했던 계약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넥슨 창업자이면서 김정주 NXC(엔엑스씨 / 넥슨 지주회사) 대표 및 진경준 전 검사장간의 '공짜주식'이 뇌물이냐 아니냐를 다투는 공판 과정에서 불거진 주식 취득 시점이 2005년과 같은해다. 

물론, 엠플레이 계약과 진경준 전 검사장의 '공짜주식' 혐의는 행위또는 계약의 발생년도만 같을 뿐이다. 

그러나 이해진 창업자의 현재 4%대에 불과한 보유지분의 상황에 대한 이슈가 나오게 되기까지 네이버 주요 지분의 변동 흐름과 네이버와 넥슨간의 과거 계약이 각각 자사에 미친 영향 등의 측면에서 2005년 네이버 전신인 NHN과 넥슨간의 엠플레이 지분 매매 계약을 새삼스럽지만, 눈여겨 보게 된다.  

이 계약을 들여다보면, 네이버의 전신인 NHN의 지분 5.28%를 보유하고 있던 엠플레이에 대한 지분 30% (당시 엠플레이의 최대주주는 넥슨)를 넥슨에 309억원을 받고 매각한 것은 넥슨에게는 상당히 이로운 일이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당시 매매 대금 309억원의 산정 근거는?

당시 엠플레이 지분 30% 매각가격에 대해 NHN은 12만주를 주당 257,500에 매각한다는 설명만 기재했다. 

다만, NHN은 매각무렵 엠플레이에 대한지분 30%의 회계장부상 가치는 56억2천만원으로 인식했다. 이는 실제 평가되는 가치라기 보다는 장부상에 기재하는 가치로, 비슷한 시기 엠플레이가 NHN에 대한 보유 지분 5.28%의 주식을 금액으로 환산한 금액에 훨씬 못미친다. 

2005년 8월30일 NHN이 엠플레이에 대해 평가한 장부가치

NHN이 2005년 8월, 엠플레이에 대한 가치를 56억원으로 인식한 반면, 엠플레이의 공시는 사뭇 다르다. 

엠플레이는 2004년말 기준, 보유한 NHN에 대한 지분 가치를 680억원으로 인식했고, 이에 대한 30%는 204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다른 유무형의 자산 가치를 다 제외한다 치더라도, 갖고 있는 NHN 주식의 장부상 평가액이 600억원이 넘는 회사가 엠플레이였고, 이중 30%만 그 가치를 반영해도 200억원이 넘어간다. 

2004년말 기준 엠플레이가 자사가 보유한 NHN에 대한 지분 5.28%에 대해 평가한 가치

이를 두고 당시에는 "NHN이 재무제표상 반영해온 엠플레이의 장부가치보다 훨씬 많은 현금이 들어오니 긍정적"이라는 증권사들의 평가보고서도 이어졌다. 

그러나 유명 게임 카트라이더를 개발한 엠플레이에 대해, NHN에 대한 지분 등 타법인에 출자한 '매도가능증권'만으로 회사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돌이켜보면 쉽게 수긍이 가지는 않는 대목이다. 

야후코리아를 비롯, 당시 NHN에 대한 인수설이 지속될 만큼 국내 인터넷업계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NHN에 대한 지분 5% 이상을 쥐고 있는 엠플레이의 가치는 '시가X발행주식수' 보다는 높아야 하지 않았나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시 지분 매각에 대한 이유로, NHN은 '상호주식보유로 인한 의결권 제한 해소'를 들었다. 

NHN이 주요 주주로 있는 엠플레이를 통해 보유한 자사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도적으로 어려우니, 넥슨측에 아예 엠플레이를 매각한다는 뜻이다. 

 

▲한해 사이에 엠플레이 보유 장부가치는 세 배 이상 평가 격상

당시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근거할때, 넥슨은 엠플레이가 보유했던 NHN에 대한 지분 5.28%를 2007년쯤 매각하면서 6천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엠플레이의 공시를 보면, 2004년 680억원으로 평가했던 NHN에 대한 지분 5.28%는 NHN과 넥슨간의 관련 지분 매매가 이뤄진 2005년 이후 한해 사이에 2200억원으로 껑충 뛴다. 

엠플레이가 보유한 NHN 지분 5.28%에 대한 평가 변화 <2004년 및 2005년 / 단위 천원>

2007년 넥슨의 지주사인 NXC(엔엑스씨)로 엠플레이를 흡수합병 할때 쯤, 엠플레이가 보유하고 있던 NHN의 지분 5.28%에 대한 매각금액이 6천억원 이상이었다고 하면,  단순 계산으로 엠플레이의 지분 30%는 1800억원 이상이 된다. 

넥슨 입장에서는 2005년 당시 네이버의 전신 NHN과의 엠플레이 지분 30%에 대한 매입을 위해 309억원을 들여, 이후 엠플레이가 보유한 NHN지분 매각을 통해 2년후쯤 18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2007년에도 여전히 NHN이 엠플레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면, 지분 매각 자체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지분 처분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들어온 현금 6000억원 중 엠플레이의 30% 주주였던 NHN에게 1800억원은 배당 등으로 건내줬어야 하는 논리가 상식에 어긋난다고 해석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2007년 보도상의 표현대로라면 "넥슨은 NHN지분을 매각해 6천억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쥐었고 당시 네이버(NHN) 고위 임원들은 '이럴 수 있냐'며 발끈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해진다. 

엠플레이에 대한 지분 매각일인 2005년 8월 30일 이후 2년이 지난 2007년 8월까지 NHN의 주가는 4만7천원대에서 16만8천원으로 급상승했다. 

물론 주가는 예상대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NHN의 시가총액이 2조원대를 바라본다는 등 예상이 나왔던 점에서 회사 가치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5%에 안되는 지분을 갖고 있어 '총수'로 지정하는 논리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지분은 지난 2005년 엠플레이 지분 30%를 넥슨에 매각할 당시에도  5.52%에 불과했다. 

반대로 엠플레이를 네이버가 사들였다면 현재와 같은 논리를 펼칠 필요가 있었을까.

당시 엠플레이 매각을 위한 NHN의 이사회를 소집한 사람은 지분 5.52%를 보유했던 이해진 창업자다.  

2005년 8월 30일 엠플레이 매각 관련 NHN의 이사회 의사록 <출처 / dart>

여기에, 넥슨의 그간 진경준 전 검사장의 '공짜주식' 의혹과 관련해 주식을 취득한 시점이 2005년이었고, 네이버가 자사의 주요주주인 엠플레이에 대한 지분 30%를 넥슨에 매각하면서 넥슨이 얻은 이익이 컸던 계약 시점이 같은 해이다보니, 한번쯤 더 들여다 보게 되는 계약내용이다. 

물론, 진경준 전 검사장 등 '공짜주식'와 관련해 거론됐던 인물들의 관계와 넥슨과 NHN간 엠플레이 지분 매매 계약과는 아직까지는 별개 사안인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봐야 타당하다는 해석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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