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신승한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서면서,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5G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산업 형태를 탄생시킬 전망이다.

특히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바이두, 알리바바 등이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미래의 최대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인공지능 적용 분야가 의료기술 향상, 유전자 분석, 신약 개발, 금융거래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눈여겨 봐야할 점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AI 관련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리서치 전문회사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전세계 시장에서 올 1분기 AI 스타트업 기업의 M&A는 모두 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이후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기업 약 200곳이 대기업에 인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은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를 5억 달러를 주고 사들인 것을 비롯해 최근 5년새 11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러닝 스타트업 ‘말루바(Maluuba)'를 인수했고, 인텔도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을 보유한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인수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은 AI 기술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개발과 상용화 기간을 단축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법으로 M&A를 선택한 것이다.

 

<사진 / 뉴스비전e DB>

단지 실리콘밸리 중심의 미국에서만이 아니다.

중국 역시 뒤쳐진 기술을 보강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짚어보는 컨퍼런스에서 "중국에서는 AI 관련 스타트업들이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거나 인수 합병(M&A) 사례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100억원도 투자를 받는 AI 스타트업이 없다"라는 토로가 나올 정도다. 

기술이 뒤쳐지면 인수합병을 해서라도 쫒아가겠다는 중국 기업들은  로봇은 물론, AI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아닌 실리콘밸리와 경쟁하고 있다.  바이두의 패들(Paddle)은 어느샌가 구글의 텐서플로(TensorFlow) 이름을 올리고 있는 딥러닝 프레임워크다. 기술의 진화에 수십억명의 인구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중국의 AI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과는 달리 국내 기업들은 아직 명확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4~2016년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의 M&A가 이전 3개년과 비교해 거래 금액이 12%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은 624%, 독일 122%, 미국 115%, 일본 37% 순으로 M&A거래 금액이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을  비롯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짚는 보고서는 그간 많이 나왔음에도 큰 변화는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실리콘벨리 소재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 랩스(VIV Labs), 사들였고, 네이버의 일본 AI 개발사 '윈클' 인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최근 들어 포털과 통신, 게임분야 등 투자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스타트업 M&A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해외기업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다.

일견 답답하긴 하지만 우리 정부와 국내 대기업들의 지난 몇 년간의 행보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20여년전인 1996년 1월 1일.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서비스를 개통했고, 3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도 가장 먼저 이뤄냈다.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형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획기적인 일이었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 이동통신 관계자들은 우리나라를 찾아와 기술 시현을 보면서 연신 "Amazing!!"을 외쳤다. 하지만 그 후 이동통신 기술 분야에서의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우리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국제 표준기술 채택에서 강대국의 파워게임에 철저히 밀렸고, 결국 이동통신 기술이 아닌 '휴대전화 세계 최강국'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2002년 10월, 우리나라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를 개발했다.

이동 중에도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무선휴대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는 당시 획기적인 기술로 해외 수출이 가시화 되기도 했지만, 사용 주파수 대역을 2.3GHz로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해외 기업들에게 추월 당하면서,  실리는 못챙기는 명분뿐인 기술로 전락했다. 

주파수 할당받는데만 수천억원을 들인 이통사의 와이브로 사업은 공식적으로 손만 들지 않았지,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다. 

전세계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할 즈음, 우리나라 모 기업에 양산을 의뢰했었다는 얘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의 기술이 유출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로 극도로 조심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지만, 되돌아 보면, 그 당시 당장 눈 앞의 손익만 계산하다 장기적인 전략적 판단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인공지능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82.9% 정도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30년이며 약 27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도 스타트업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를 망설이다가는 시장 선점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에게 자리를 빼앗길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비용이나 '자체 기술 개발'이라는 고정관념에 묶여 자칫 스타트업 인수의 기회를 놓쳐버린다면, AI 시장에서의 한국의 위치는 그다지 밝지 않을 것 같다.

사마천이 저술한 중국 사기(史記)에 '전패위공(轉敗爲功)'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패한 것을 거울 삼아 성공하는 계기로 삼는 다는 뜻이다.

우리 기업들이 꼭 되새겨 봐야할 문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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