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TACO’라는 조롱성 신조어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TACO’는 “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후퇴한다)”의 약자로, 트럼프의 관세 협상 방식이 위협 후 양보로 이어지는 점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표현이다.
5월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의 관련 질문에 “들어본 적도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100%로 낮추고, EU에 50% 관세를 발표하자마자 ‘당장 만나자’고 요청이 들어왔다”며 “그걸 후퇴라고 하나? 이것이 바로 ‘담판’”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른바 ‘TACO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에 강경한 관세를 선언한 후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반등할 것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전략을 뜻한다. 최근 들어 미국 증시는 트럼프의 발언과 정책 발표에 따라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를 ‘패턴’으로 간주하고 있다.
캐나다 BCA리서치의 피터 베레진은 “TACO 거래의 첫 번째 규칙은 트럼프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이 이익을 얻는 방식이 대통령에게 알려질 경우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이 신조어가 트럼프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고 본다. 벨기에 국제위기연구단체의 알리 와인은 “트럼프는 자신을 세계 최고의 협상가로 여기기 때문에, 외국이 그를 조종할 수 있다는 암시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발언이 트럼프가 중시하는 월스트리트 분석가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그 반응은 더 격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수십 개국에 최대 50%의 관세를 선언했다가 일주일 만에 90일 유예를 발표하고, 이후 세율을 대폭 낮추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캐나다와 EU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 위협 후 유예를 선포하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반은 “이 같은 후퇴가 너무 반복되다 보니, 투자자들은 이제 예측 가능한 행동으로 간주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월가는 트럼프의 ‘위협 → 유예 또는 완화’ 패턴에 따라 매매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시장은 위협 시 하락하고 유예 발표 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이러한 정책 전환이 변덕이 아닌 전략적 접근이라고 해명한다. 협상의 지렛대를 높이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먼저 밝히고, 이후 양보를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TACO라는 약어가 상징하듯, 월가는 트럼프의 강경 발언 뒤 숨겨진 후퇴 가능성을 점점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시장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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