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8개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아세안(ASEAN)이 경제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하며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중단됐던 EU-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EU-아세안 비즈니스 카운슬의 크리스 험프리(Chris Humphrey) 집행이사는 5월 26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양측의 통상 관료들에게 2009년 중단된 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진지하게 고려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유럽 브뤼셀에서 아세안 관련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브뤼셀에서 아세안 의제가 갑자기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은 아세안 10개국 중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4개국과 개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협상 중이다. 험프리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무역·경제안보 담당관 마로셰프초비치와 면담한 내용을 언급하며, 양측이 조속히 선택하고 협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과 유럽연합이 상호 경쟁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어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라고 분석했다. 특히 양측 모두 규칙 기반의 글로벌 무역 질서를 신뢰하고 있으며,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공통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험프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유럽이 국제 무대에서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야 하며, 그 대상이 자연스럽게 아세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양측 고위급 인사의 왕래가 더욱 활발해지고, 유럽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한층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향후 2년 동안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지역 GDP 성장률은 2024년의 4.8%에 근접한 4.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험프리는 이러한 견고한 성장뿐만 아니라 아세안 지역의 빠른 도시화, 중산층의 지속적인 확대, 젊고 기술에 능숙한 인구 구조 역시 유럽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전력망, 전기차, 제약,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EU와 아세안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될 수 있으며, 양측이 보호주의에 맞서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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