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직장에서 남녀 간 불평등이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임금 조사 결과가 다시 한 번 구조적 격차를 드러냈다. 일본에서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의 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임금은 여전히 남성의 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부 기업 문화는 여전히 구시대적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여성 직원이 회의 중 차를 따르고 물을 건네는 모습은 여전히 흔하며, 이는 직장에서의 성역할 고정관념이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조종사, 관리자급 직책 등 고위 직군에서 여성의 진출은 극히 제한적이다. ‘여성이 기장이 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현실을 대변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항공(JAL)의 2024년 기준 조종사 수는 총 7,274명이며 이 중 여성은 142명에 불과해, 전체의 단 1.9%를 차지했다. 이는 국제 평균인 4.7%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로, 일본 항공업계에서 여성 조종사의 존재감이 극히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별 불균형은 일본 관광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맞물리며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관광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7,000명 이상의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성 인력의 활용이 제한된다면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2월, 항공학원 및 조종사 양성기관에 노동 제안을 공식 발표하고, 항공업계 전반에 여성 조종사 채용 확대와 양성을 촉구했다. 이는 단순한 성평등 차원을 넘어, 산업 지속 가능성과 인력 수급 균형을 위한 구조적 변화의 시작으로 해석된다.
여성의 경제 참여가 국가 경쟁력 강화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일본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