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준비은행(중앙은행)이 크로스보더 거래에서 루피의 활용 확대를 다시 한번 의제로 올렸다고 주간지 인디아투데이가 8일 보도했다.

이 과정은 우선 수출입 무역에서 루피의 사용을 확대한 뒤 국제수지 기타 경상수지 거래, 마지막으로 자본항목 거래(자본흐름)에서의 사용으로 확대된다.

인도 준비은행이 임명한 한 실무진은 5일 루피를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시키고 루피 국제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외국인 증권투자(FPI) 메커니즘의 재조정 등 일련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SDR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창설한 일종의 국제준비자산으로 회원국의 공식 준비금 부족을 메우는 데 쓰인다.

이러한 제안은 라다 히얌 라토 은행 전무이사를 책임지는 인도 준비 은행의 부서 간 작업 그룹에 의해 제안되었다.

실무진의 임무는 국제통화로서의 루피의 위상을 평가하고 국제화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인도준비은행은 수출 중심의 대외무역 성장을 촉진하고 세계 무역에서 루피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무역을 루피로 결제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탈달러화와 루피아의 국제화가 화두로 떠오른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외무장관 회의에서 브릭스 국가 간 무역에 자국 통화 사용을 추진하는 문제가 폭넓게 논의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수제이슨 인도 외무장관은 "정치적 탈중앙화에 중요한 경제 탈중앙화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자국 통화의 국제화는 특히 거래 비용을 줄이고 환율 위험에 더 잘 저항하는 몇 가지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위험에 직면하여 자본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언론들은 또 루피글로벌을 통해 정부가 외화채권이 아닌 국제시장에서 자국 통화채권을 발행해 예산 적자의 일부를 조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루피 국제화에 걸림돌이 있다.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루피가 일부 환전소에 속한다는 것이다.

완전한 전환은 루피 환율이 규제 개입 없이 전적으로 시장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 교환 유형은 한 국가의 경제 발전 수준과 금융 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따라서 선진국 통화는 일반적으로 완전히 교환 가능한 반면 신흥 시장 통화는 다양한 정도로 부분적으로만 교환할 수 있다.

인도는 세계 상품 수출의 약 2%를 차지하는데, 이는 인도가 아직 세계 무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7월 인도 준비은행은 인도의 은행에 '은행간 예금'인 Vostro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지만, 국제 제재를 받지 않고 국제 지불 시스템에 남아 있는 은행을 포함한 러시아 은행에는 이러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주저했다.

Vostro 계좌는 한 은행이 다른 나라의 은행을 대표하여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가했을 때 몇몇 러시아 은행들은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서 쫓겨났다.

제재는 러시아의 글로벌 사업에 타격을 주고 수출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저가 석유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도는 러시아와 교역을 계속하고 있다.

이때부터 양국이 루피-루블 결제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러시아 수출업자들은 그동안 Vostro 도구를 이용해 인도 시장에서 루피 투자를 꺼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對)인도 무역흑자에서 루피를 많이 쌓은 러시아 수출업자들이 달러에 대해 더 안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18개국과 이미 무역을 시작했지만 기축통화가 되지 못했다.

문제는 인도가 자본 프로젝트를 완전히 교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이며, 이는 세계 어디에나 자국 통화를 보관할 수 있고 어떤 목적으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것은 실현되기까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