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꿍과 남대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돌며 모처럼 한가한 하루를 즐겼다.
오랜만에 찾은 남대문은 어깨를 조심하며 걸어야 할 정도의 많은 인파로 붐볐다.
여름 갈이용 거실의 소파 덮개와 카페트, 영국에서 결혼하는 딸의 하노이 국제학교 친구용 '전통상감함', 내 등산 모자를 사며 수더분한 단골 상인들과의 수다에서 따뜻한 정이 묻어났다.
눈에 띠었던 '수유리 30년 우동'집, 비좁은 자리에 나누어 앉아 한참을 기다려 받은 우동으로 점심 짓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옮겼다.
공원에서 버스킹하는 젊은 여가수의 국악이 느껴지는 탁 트인 목소리가 귀를 사로 잡는다.
터진 공간 한켠의 기다란 돌의자에 기대어 구성진 노래에 취하다, 솔솔부는 바람에 절로 몸이 눕혀진다. 꿀맛의 낮잠에서 깨어나니 뒷편의 가끔씩 찾는 화단이 부른다.
작년보다 꽃.나무들이 더 실해졌다. 야외에서 바람과 햇살, 보살핌을 제대로 받은듯 하다.

측백나무과 편백속의 황금실화백, 가지끝이 실처럼 늘어진다 하여 실화백이고, 그 중 황금색이어서 황금실화백 이다. 수양버들처럼 우아하게 처진다.
해당화. 해안가 여행하며 모래 언덕길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 찔레꽃처럼 예쁘고 열매가 방울토마토처럼 예쁜 장미과 장미속 식물이다. 붉은 색이 주류이나, 간혹 흰색이 있어 흰해당화 라 불린다.
꽃이 특유의 향기를 지니고 있어, 향수원료로 이용된다.

현종이 양귀비에게 아직도 술에 취해있느냐 묻자, “해당은 잠이 부족할 따름입니다”라 답변했다 한다. 자신을 이름다운 해당화에 빗댄것이다.
산(山)에서 자라고, 물(水)을 좋아하며, 국화꽃(菊)처럼 풍성해서 산수국이다.
꽃의 색깔은 토양의 pH(산성도)에 따라 청색, 남색, 연분홍색, 연보라색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산수국 꽃의 색소는 델피니딘(delphinidin)이 주성분으로 그 자체는 선명한 분홍색을 가지지만 알루미늄과 결합하면 푸른색을 띄게 된다. 즉, 알루미늄이 이온화되어 식물뿌리에 흡수되기 쉬운 산성토양에서는 푸른색 계통의 꽃을 피우고, 알루미늄의 흡수가 어려운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델피니딘이 갖는 본연의 색상인 분홍계통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산수국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꽃의 색상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있다.
제주에서는 꽃의 색깔이 파란색의 도깨비불을 닮았고, 꽃의 색깔이 자주 변한다하여 도체비꽃이라 불리며, 집 주위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백합과 비비추속 식물로, 꽃보다 잎을 감상하는 심는 식물이다. 잎을 비벼서 우려먹던 취나물로 비비취였다가 비비추로 바뀌었다는 설과, 잎이 뒤틀린 나물이란 뜻에서 비비추라 불렀다는 두가지 설이 있다.
잎이 톱니를 닮아 톱풀이고, 서양에서와 서양톱풀이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암흑 속에서 싸웠고, 상대방이 쓰러졌을 때 아름다운 여성 전사였다는 것을 알았다.안타까운 마음이 든 아킬레우스는 신들에게 빌어 그녀를 꽃으로 환생시켰다. 그것이 바로 톱풀 이다. 속명 'Achillea'는 아킬레우스에서 유래했다.

개망초, 볼 때마다 애틋하다.
1910년경 철도 침목 수입 때 따라 들어와 들판을 하얗게 덮으며 예쁜 꽃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즈음 조선이 망했다. 하얀 꽃들이 소복으로 보였는지 나라 망하게 한 망초라 부르고, 더 강하게 비하하여 개를 붙여 개망초라 불렀다.
나라는 사람이 망하게 하고서 왜 엉뚱한 꽃에게 화풀이를 한 건지...... 참 못됐다.
나리’는 한자어로 칭하는 '백합'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나리'류는 먼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우리 꽃이었음을 여러 문헌(향약채취월, 촌가구급방,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산림경제, 물명고, 세종실록 지리지) 에서 그 이름의 변천으로 찾아볼 수 있다.
'백합’의 백은 흰백이 아닌 ‘일백백(百)’자로 땅 속에 있는 저장양분을 보유하고 있는 알뿌리(구근)가 여러 개의 인편(비늘잎)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데서 유래한다.
튀긴 좁쌀을 다닥다닥 붙여 놓은 모양이라 조팝이고, 일본 원산이라 일본조팝나무다. 조팝나무가 흰색인데 반해, 분홍색이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조상들은 조팝꽃을 보고 조밥을 떠올리며 배고픔을 달랬으리라. 조팝나무 새순은 이른 봄 실제로 배고픔을 덜어주는 훌륭한 봄나물이기도 했다.
속명 'Spiraea' 는 그리스어로 나선이나 화한을 뜻하는 'Speira', 종소명의 'Japonica'는 '일본산' 을 뜻하는 일본 자생지에서 유래했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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