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제고 시켜 검은 돈 유입 방지. 합법적인 세수화
현재는 러시아 자금 겨냥, 중국자금으로 확대 전망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번 주 초부터 시행되는 영국의 '해외실체등록제' 방침에 따라 영국에 부동산을 보유한 외국 실체(회사·개인 포함)의 실명 신고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영국으로 밀려드는 검은 돈을 막기 위한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영국 정부의 경제범죄 예방 법안 초안의 일부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법안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익명의 외국 바이어와 관련된 신규 거래는 영국 회사 등록소에 수혜자의 실체를 공개한 뒤 영국 토지등기소에 신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잉글랜드에서는 1999년 이후 해외 익명의 기업이 구입한 부동산과 토지를 내년 1월 말까지 등기해야 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2014년 이후 이 같은 모든 거래를 데이터화 시켜 등기해야 하며 북아일랜드에서는 실명 으로 등기가 되지 않은 경우 소급 효력이 없다.
또 2022년 2월 28일 이후 부동산을 매각하는 해외 법인은 회사 등록처에 자세한 설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를 공식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부동산 매각 제한과 최고 5년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정확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으면 하루 최고 2500파운드(약 35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 법안은 실제로 6년 전 캐머런 정부 때부터 제정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영·러 관계가 급전직하하자 영국은 러시아 정부의 '검은 돈' 투자 때리기에 나섰다.
영국 국립범죄수사국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영국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돈만 연간 1000억 파운드가 넘는다.
영국 상무부는 1일 성명에서 새 부동산 등기제도가 범죄자들이 비밀의 유령회사 뒤에 숨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회사등록부'의 루이스 스미스 최고경영자는 이번 등록의 출범이 경제범죄 퇴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런던에서 년 2000만 파운드 이상을 거래하는 부동산 중개인 제임스 그린은 규제를 피하면서 까지 해외에 도피시킨 자금이 런던으로 유입될 것 같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구매자들에게 새 부동산 등록제는 그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영국 내에서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복수의 변호사, 세무 전문가, 국회의원, 회계사 등이 해외 실체등록제도가 "결함과 허점이 많다"며 "영국에 기 소유한 저택을 공개화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마거릿 호치 노동당 의원은 등기제도가 "부동산 업계의 돈세탁 등 폐해를 막기 위한 고수의 방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부자와 기업들이 영국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합법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불법 관련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해외기업 보유자 정보은행에 따르면 보유자가 해외기업인 부동산 9만4000개 중 4개만이 러시아기업으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이관걸 상하이외국어대 상하이 글로벌 거버넌스 및 지역국별연구원 영국연구센터 싱크탱크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러시아 자금만을 겨냥한 법안"이라며 "영국에서 부동산을 사들인 중국인도 영향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