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의 성추문으로 열리는 내년 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가운데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오거돈 사건이 집단 학습 기회이면 나는 학습 교재냐"라며 반발했고 여성단체들은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지난 5일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오거돈 사건이 집단학습 기회라니, 그럼 나는 학습 교재냐.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피해 주기 싫어서 악착같이 멀쩡한 척하면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데 여가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가 있나. 저 소리 듣고 오늘 또 무너졌다"며 "영상 보고 너무 충격받고 역겨워서 먹은 음식 다 게워내기까지 했다. 내 앞에서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오거돈 전 시장의 강제추행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가 주축이 돼 전국 290개 여성 인권단체로 구성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정옥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정옥 장관 발언과 관련해 "이정옥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오거돈 전 시장과 고 박원순 시장은 전 국민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가르쳐 준 스승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피해자는 국민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시켜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며 "이제까지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여성가족부 수장이 이러한 관점으로 기관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를 학습교재 따위로 취급하는 발언을 내뱉으면서도 한 점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 이가 여성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수장의 자리에 있어도 되는 것인가"라며 "장관이 자신의 망언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여가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옥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재보궐 선거에 838억원이 사용되는데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고 묻자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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