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늘에서 바라본 섬진강에 붉은 황토물이 거칠게 흘러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틀째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늘에서 바라본 섬진강에 붉은 황토물이 거칠게 흘러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온라인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섬진강 일대의 심각한 홍수 피해 상황이 보도 됐고, 이어 낙동강 인근 지역인 창녕군에서 ㅂ둑이 무너지고 마을이 잠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둘러싸고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 건지, 오히려 악영향을 준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6월부터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 섬진강은 7·8일 이틀간 집중된 호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섬진강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과 함께 '한국의 5대강'으로 불리지만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4대강 사업의 대상에서 빠졌다. 

4대강 사업 당시 자문역을 맡았던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섬진강 일대는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으로 정비가 급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고, 환경 단체 등의 반대도 심해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장마 이후에 제방을 손보고 제방 도로를 건설하는 등 반드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의견이 무색하게 4대강 사업에 포함되었던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둑도 무너진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9일 새벽 창녕군 이방면에서 제방이 유실돼 장천리 구학마을과 죽전마을 등 마을 2개가 물에 잠기고 주민 15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으로 세운) 합천창녕보로 인해 강물 흐름이 느려졌고, 보 상류 수위가 상승해 둑에 대한 수압이 상승해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낙동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보가 홍수 피해에 미친 영향은 당장 알 수 없다"며 "둑 관리 주체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국토부와 환경부 등 관계 기관이 추후 정밀 조사를 통해 확인할 사안"이라고 했다.

경남 창녕·함안 지역은 과거 낙동강 범람으로 피해가 잦았으나, 4대강 사업 이후 홍수 피해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으로도 4대강 논란이 번져갔다.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야권의 4대강사업 재평가 목소리는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집중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녹조라떼’ 부작용과 각종 비리 사건은 언급하지 않은 채 정치공세 빌미로만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긴 장마와 온난화 영향에 따른 변화된 폭우 패턴 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제 와서 그런 얘기해봐야 욕만 먹는다”며 “잘못한거 인정하지 않으면, 변명하느라 곤욕만 치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50점 따고 들어가는데, 꼭 쓸데 없는 말을 보태서 점수를 까먹는다”며 “이는 통합당이 아직도 자기 세계에 갇혀서 민심과 교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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