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충격에 빠진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오전 12시경 박 시장이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전날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해왔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박 시장이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관해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사고를 두려워하는 감정도 죽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 비롯된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언급되며 대통령 다음으로 막강한 힘을 가졌다 할 수 있는 서울시장이 ‘생존 본능’을 저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에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A씨가 언급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A씨는 변호사를 대동해 새벽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A씨는 2017년 박 시장의 비서로 일하며 수시로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등 당시 정황을 자세히 진술했고, 더 많은 피해자가 있지만 박 시장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여러 성폭력 사건을 맡아 피해자를 변호해왔고,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며 줄곧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해 왔다.

박 시장의 행보를 미루어 봤을 때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자신의 일생이 부정될 수 있다는 중압감이 박 시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분석이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의문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의 주장만으로는 극단적 선택을 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A씨의 주장에 대해 박 시장이 반박하고 나서는 상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 통상 성추행 관련 사건은 당사자 둘 사이에서 발생하니만큼 진실공방전이 펼쳐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예로 김건모 사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등이 있다. 안 지사는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당시 합의하 관계였다고 주장했으나 안 지사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는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A씨의 용기는 다소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온 듯 한 느낌도 준다.

A씨는 변호사와 함께 경찰을 찾아 박 시장이 휴대전화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자신에게 보낸 개인적인 사진과 대화 내용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A씨가 주장한 2017년 이후 지속적 성추행을 입증하려면 해당 시점에 대한 증거물도 존재해야 한다.

A씨가 고소 전 박 시장에게 이를 함구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을 상대로 '고소'라는 중대 사안을 결정하기 전 증거물을 가지고 협박 또는 경고의 내용을 전하지 않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박 시장이 '죽음'만이 해당 수사의 뚜겅을 덮는 일이라는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무언가, 혹은 결정적 증거 '스모킹건'을 A씨가 가지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해당 사건은 실체도 드러나지 못한 채 덮였다.

그러나 A씨의 '오래 된' 용기가 여기서 멈출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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