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故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여권이 휘청이는 가운데, 마치 유력 대선후보들을 ‘조준’이라도 한 듯 차례로 성스캔들을 터트린 ‘의문의 스나이퍼’가 있을 거란 소문이 서울시청 주변에서 돌고 있다.

9일 밤 박 시장의 사망소식에 서울시 관계자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론에서 박 시장 전 비서가 박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하자 시청 안팎에서는 “우리 시장님이 그럴 일이 없다”며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박 시장의 성추행 폭로와 죽음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과거 차기 여권 대선주자들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언급했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치명적인 오명인 ‘성범죄자’ 낙인으로 한 사람씩 정치권 밖으로 내몬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관가에서 입을 모아 말하는 ‘대선 공식’에 따르면 대선도전의 필수 조건이 서울, 부산, 충청지역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다. 이 세 지역을 잡지 못하면 대선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부산, 충청의 머리가 되는 일은 ‘강력한 대선 후보’ 이름표를 달게 되는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차기 대선 유력후보로 지명된 인물들의 정치권 퇴출이 연달아 발생했다. 마치 일정한 대상을 노리고 쏘는 스나이퍼처럼 한 사람씩 차례로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작은 충청이었다. 안희정 전 충청도지사는 2016년 한 MBN 포럼에서 “청년들이 뽑은 영웅들” 중 한 명으로 뽑힐 정도의 막강한 지지세력을 확보한 차기 대선 후보였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사진=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사진=뉴시스]

 

안 전 지사는 2008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2010년부터 민선 5·6기 제36·37대 충청남도지사를 지내며 안정적인 지지세력을 확보했으나 2018년 비서로 있던 김지은씨가 방송에서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안 전 지사는 2018년 3월 5일 스스로 충남도지사직을 중도 사퇴했고, 2018년 3월 6일 더불어민주당 윤리위원회에서 전원 일치로 제명 및 출당 조치됐다.

이후 안 전 지사는 2019년 9월 9일 김지은씨 성폭행 사건관련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 실형을 확정하여 성범죄자가 되면서 정치생명이 완전히 끊어졌다.

다음 타겟은 부산이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뉴시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뉴시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2020년 4월 23일 여성 보좌진과 면담 중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사과함과 동시에 부산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 폭로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오 전 시장이 019년 9월 기자회견에서 성희롱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구태로 지목한 바 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오 전 시장의 부산 시장직 사퇴 다음 날인 2020년 4월 24일 당 윤리심판원을 열어 오 전 지상 제명 절차에 들어갔다.

마지막 타겟은 대한민국의 중심지, 서울이었다.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소식이 언론에 보도 됐고, 박 시장의 전 비서가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장을 전날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전 비서는 비서일을 시작한 2017년 이후로 줄곧 성추행이 이어졌으며 본인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었기에 용기를 내어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까지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자 차기대선 잠룡이라 불렸던 3명이 모두 성 추문에 연루돼 정치인생은 끝이 났다.

서울시청을 둘러싼 소문에 따라 ‘대선후보 스나이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3명의 후보들을 유사한 방식으로 ‘제거’했다는 결론이 어렵지 않게 도출된다.

스나이퍼의 정체에 대한 추론들을 모아보면 ‘정보의 최고 거점’일 것이라고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정보수집의 메카를 꼽으라면 대통령실, 국정원, 비서실이다. 대선에 도전하는 스나이퍼라면 이 세 기관에 한 번씩은 발을 담궜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여권 잠룡들을 제거하기 위해 겉으로 오랜 시간 신뢰를 쌓으며 조용히 방아쇠를 당겼을 스나이퍼의 존재를 놓고 무성한 소문만이 서울시청 주변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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