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젝·트래블로카·토코피디아 등 외국 중국 및 일본 자금 유치...자카르타·발리 등 스타트업 생태계 빠르게 조성

[뉴스비전e 정윤수 기자]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대국이자 세계 최 대 무슬림 인구 보유국이다. 

국민의 평균 연령 이 28세로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28.1%가 14세 미만, 16.9%가 15~24세인 젊은 나라이기도 하다. 

2015년 UN 통계에 의하면 2025년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천만 명, 2045년 2억 9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디지털 경제에 익숙한 젊은 인구가 견인하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중이다.  

최근 5년 사이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고정관념에 빠져 성장의 잠재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인도네시아이만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려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와 기업은 인도네시아와의 협력과 자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창의적 인재 발탁과 플랫폼 구축, 소비시장 확보에 적극적이다.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강소국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도 본격화됐다. 

중국은 거대 자본과 중국 정부의 화끈한 지원을 앞세워 자카 르타-반둥 고속철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고, 중국 기업 화웨이가 인도네시아 통신 및 시스템 장비 시장을 장악하는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절대적 강자로 부상했다. 

고젝 홈페이지 캡쳐

2010년 하버드대 MBA 출신 나딤 마카림이 창업한 고젝(GO-JEK)은 인도네시아 대표 O2O 서비스 회사로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업체로 출발했다. 

자카르타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돌파하 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며 성장한 고젝은 단순 오토바이 공유에 그치지 않고 택배, 장보 기, 청소, 미용, 안마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계 속 확장해왔다. 

고젝의 등장으로 배송사고가 줄고 배송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면서 덩달아 인도 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나비 효과가 발생했다. 고젝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에 머물지 않고 핀테크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 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중이다.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로 불리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페디아(Tokopedia)는 지난 8월 17일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로부터 11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12년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항공권 예약 플랫폼으로 출발한 트래블로카 역시 유니콘 기업이다. 

<사진 / 트래블로카 홈페이지>

베트남,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로 영역을 확장하고 결제 금액과 지원되는 언어도 아세안 전 국가와 지역을 포괄하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 동남아 전체를 커버 하는 온라인 여행예약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등 아시아의 대자본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자카르타는 유니콘 기업의 주요 배출도시로 급부상했다. 

구글, GE, 아마존 등 글로 벌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제는 자카르타뿐 아니라 반둥, 발리, 족자카르타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고젝, 트래블로카, 토코피디아는 대단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가 아님에도,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로 시작한 신생기업에 글로벌 자본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는 당장의 수익에 연연하기 보다는 기업 의 미래가치를 볼 줄 아는 고수들의 베팅장이라는 평가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도네시아의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고 점유율을 높인 뒤 훗날 사업 영역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자본과 기업이 몰려드는 자카르타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지만, 신사업 영역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SK플래닛이 인도네시아에 설립했던 일레브니아. 인도네시아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평가받기도 했다 <사진 / 일레브니아 홈페이지>

SK계열 일레 브니아는 이미 외국 기업에 매각됐고, 한국 대 기업들은 기존 사업영역 수성에 버거워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 뛰어들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인 스티븐 킴이 공동 창업한 큐레이브드와 일본에 본사를 둔 라인 정도가 플랫폼 격전지에서 선전하고 있다. 

IT 혁명의 물결은 선진국보다는 오히려 환경이 열악한 개도국에서 더 거세다는 평가다.

이미 발전 이 이뤄져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는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에서 기술 혁신의 효과가 더 확실하게 체감된다. ‘없는 게 오히려 메리트’가 되는 4차 산업혁명의 역설로도 볼 수 있다.  

이제 글로벌 인재들은 더 이상 대기 업과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다. 

딱딱한 강의실이 아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창업이 시작된다. 자본과 기술, 경험과 인맥이 부족할수록 새로운 도전을 더 과감하게 시도하고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서구 선진국만 바라보고 그들의 성공모델을 따라했던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게임판이 펼쳐지고 있다. 

강한 정부가 정책을 주도하고 첨단 기술을 보 유한 대기업을 선호하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는 달리 중소기업 중심의 인도네시아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혁신을 시도하기에 더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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