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정윤수 기자]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는? 중국, 인도를 떠올린다면  국경과 영토에 집착하는 19세기 제국주의자들의 사고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받을지 모른다. 

20세기 지리교과서는 ‘지리는 운명 (Geography is destiny)’ 라고 가르쳤지만 지리와 더불어 ‘연결성(connectography)’ 이 중요한 21세기에는 새로운 지리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2017년 10월 현재 2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고, 지금도 계속 인구가 늘고 있는 나라, ‘페이스북’이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일 수 있다. 

페이스북 통치자들에게 인도(2억4,100만명), 미국(2억4천만명), 브라질(1억3,900만 명), 인도네시아 (1억2,600만명)는 핵심적인 영토이다.

‘어디서 태어나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끼치는 범위가 넓은가’가 중요한 시대이다. 

이제 연결성을 높이면 작은 나라, 중소기업이라도 쉽게 지정학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이달 10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 / 뉴스비전e DB>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되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4차산업은 더욱 뜨거운 이슈다.

4차 산업혁명이 실체도 없이 과장됐다는 비판도 있고, 국가마다 현상을 정의하는 용어도 다르다. 

하지만 인공지 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을 적용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융합과 연결’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수십 억 명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제레미 리프킨조차 공유경제의 확 산이 가져올 사회 변화를 강조한다.

사회가 디지털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인데,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는 유럽이나 중국에 뒤처져 있다”고 경고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을 적용하고 확장할 플랫폼, 새로운 시장과의 연결성이 중요하다.

페이스북은 플랫폼 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플랫폼 산업은 기술을 이용해 사람과 조직, 자원을 인터액티브한 생태계에 연결한다. 이를 통해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고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기반을 둔 새로운 비즈니스로, 자신들이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자원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비즈니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

에어비앤비, 우버, 알리바바, 아마존, 유튜브, 이베이, 위키 피디아, 아이폰, 업워크, 트위터, 카약,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저마다 특화된 산업과 시장에 집중하 면서 플랫폼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경제는 일상생활에서 평범한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된다.

플랫폼 생태계를 계속 넓혀가고 신시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성장이 가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외부의 변화에 둔감하거나 비밀스럽게 사업체를 운영하고 기술을 독점하는 기업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리적 상상력’으로 재발견하는 동남아의 잠재력 

<사진 / Grab 홈페이지>

게임의 규칙뿐 아니라 게임판 자체가 확 바뀌는 플랫폼 혁명,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생존하고 적응하려면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깰 필요가 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도 독일, 미국, 영국, 일본 같은 선진국의 변화에만 주목하지만 변화의 물결은 제3세계에서 오히려 더 거세다.

이미 여러 기술이 보편화되고 생활도 편리한 선진국보다는 기술 발달이 지체됐던 개발도상국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변화가 광범 위하게 일어나고 확산 속도도 더 빠르다.

말레이시아 택시는 운전기사의 불친절과 바가 지요금으로 악명 높았다. 

그러나 2012년 하버드 비즈 니스스쿨 출신의 앤서니 탄(Anthony Tan)이 택시를 대신해 차량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작해 대박을 터뜨렸다.

그랩(Grab)은 우버를 넘어선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로 아세안 전역으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현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 7개국 8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랩에 등록된 운전자 수는 120만 명에 달하고 차량호출 뿐 아니라 카 풀, 배달,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사업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국, 일본 등에서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서 그랩은 동남아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대표적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차를 거래하는 중국계 사업가였던 아버지의 조언과 투자가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혼다·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과의 제휴와 협력도 활발하지만, 한국 기업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연결과 융합’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새로운 지리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이슈에 따라 다양한 스케일 로 줌인-줌아웃해서 지역을 볼 수 있는 유연한 접근이 필수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개발만 강조하고 기술을 응용하고 확장할 플랫폼 구축이나 생태계의 공간 적 확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경제·사회·교육 전 영역에서 변화의 속도는 매우 더디다는 평가다. 

각종 규제와 국경의 장벽에 갇힌 한국은 ‘갈라파고스 섬’처럼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국이 보유한 원천 기술력은 높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에 묶여 디지털 경제 적응 수준이 유럽 뿐 아니라 동남아에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미얀마 등 아세안 국가들은 디지털 경제의 성장 속도가 빠를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관련 변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중이다.

싱가포르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통계에서 1위 국가로 올라섰고, 말레이시아는 외국계 IT 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국가로 꼽힌다.

전 세계 벤처 자본이 몰리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유니콘 기업이 3개나 배출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창업 열기가 뜨겁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을 통칭해 유니콘(Unicorn)이라 부른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설립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됐다.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는 “차세대 성장 엔진, 아세안을 주목하라”, “마켓 4.0” 등의 저서에서 4차 산업혁명의 최적지로서 아세안 (ASEAN)의 경제 성장성과 잠재력을 강조했다. 

역내 경제적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인구 6억이 넘는 거대 시장으로서 동남아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동남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경제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과 인건비 급등로 경쟁력 유지가 어려운 기업들에게 동남아는 매력적인 대체 투자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종교·종족이 다양하고 국가 및 지역별 경제적 수준차이가 큰 아세안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현지 시장과 다양한 욕구를 가진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수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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