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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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 산업이 또 한 번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5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미국 내 석유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시추 장비를 유휴 상태로 전환하는 등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셰일 오일 붐이 종착지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은 셰일 업계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으며, 여기에 최근 OPEC+의 예기치 못한 생산량 증가 결정은 새로운 국제 유가 전쟁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의 석유 생산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 셰일 기업 데본에너지의 CEO 클레이 가스파는 “우리는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더 나쁜 환경에 대비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P 글로벌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하루 평균 석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1,330만 배럴로 예측된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면, 이는 10년 만의 첫 연간 감소다.

셰일 혁명은 미국을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끌어올리며 에너지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국내총생산 성장과 수출 확대,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했다. 동시에 미국은 에너지 수출 강국의 지위를 바탕으로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력히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한 "에너지 우위"는 위협받을 수 있다. 셰일 선구자 스콧 셰필드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 미국의 하루 생산량이 30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일부 OPEC 소국의 전체 생산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수개월간 생산량을 확대한 것도 미국 셰일 업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셰필드는 “사우디는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장 상황도 이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이커 휴즈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육상 시추 장비 수는 553대로 전주 대비 10기, 전년 대비 26기 줄었다. 글로벌 석유 기업 셰브론과 BP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총 1만 5천 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으며, 셰일 기업들도 자본 지출을 일제히 줄이는 추세다. 엔베루스의 분석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셰브런을 제외한 상위 20개 미국 셰일 기업들은 2025년 투자 예산을 총 18억 달러(3%) 삭감했다.

한동안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던 셰일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셰일 혁명의 열기가 식어가는 지금, 미국 에너지 정책의 향후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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