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독일 의존에 따른 경제적 위기 우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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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산업의 둔화가 동유럽 국가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와 같은 국가들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투자와 생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유럽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이 지역 경제에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2018년, BMW가 헝가리의 데브레첸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약 14개월의 경쟁 끝에 BMW는 헝가리 제2의 도시인 데브레첸을 선택하며 1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당시 일부 경제학자들은 헝가리가 독일 자동차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적 위험을 경고했다. 이미 헝가리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 공장이 각각 케치케메트와 제르에 자리 잡고 있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증폭되었다.

BMW의 투자 발표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아시아와의 치열한 경쟁과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산업적 도전 속에서 BMW와 같은 유럽 제조업체들은 속도를 줄이고 있다. 헝가리 언론에 따르면, 데브레첸 공장은 당초 연간 1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예상 생산량은 8만~9만 대로 대폭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공장 가동 시점도 원래 계획인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되었다.

슬로바키아 역시 독일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높은 또 다른 국가다. 폭스바겐 그룹은 1991년 브라티슬라바에 공장을 설립해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스코다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99%는 아시아, 북미, 독일 등으로 수출된다. 그러나 독일 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폭스바겐 그룹이 독일 내 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슬로바키아에서도 해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진보 슬로바키아당 의원 이반 슈테폰코는 "우리는 여전히 독일과 자동차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외부의 문제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슬로바키아가 고부가가치 생산과 서비스 중심 경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은 이미 헝가리와 같은 국가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헝가리의 제조업 생산은 2023년 11월 대비 2024년 11월에 7.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생산량은 7.9%, 전기장비 제조업 생산량은 12.3% 줄었다.

2023년 11월, 독일 셰플러 그룹은 유럽에서 4,7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으며, 슬로바키아 키수체 공장에서 수백 명이 해고되었다. 미국 제프 그룹도 헝가리에서 전자 회로 생산 관련 임시직 500~600명을 해고했다. 대륙, ZF, 보쉬와 같은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헝가리에서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계약직 근로자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비셰그라드 그룹 국가(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헝가리 수출의 15%, 체코와 슬로바키아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독일과의 경제적 연결고리가 매우 강하다. 그러나 분석가 다니엘 헤게디시는 "이 국가들은 독일 자동차 산업 둔화로 인한 부정적 충격에 매우 취약하며, 이는 산업 생산 감소와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 둔화가 동유럽 국가들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경제적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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