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자금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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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31일 "일본 은행(중앙은행)의 정책 조정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500조 엔(한화 약 4505조 5500억 원)의 여유자금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온 일본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밀로스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전 연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조정을 "세계를 움직이는 중대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8일 세계 채권시장은 크게 출렁였다.호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0.55%포인트,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각각 0.1%, 0.035%포인트 상승했다.

일본의 조정 정책이 왜 바다를 사이에 둔 나라들에까지 파급되는 것일까.재무성이 집계한 일본의 대외 대차대조표 잔액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액은 2022년 말 현재 531조엔에 달한다.

일본은 초완화 통화정책을 펴고 저금리 환경을 정상화한 결과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해외 투자액이 10년 만에 70%가량 늘었다.

일본은행은 2013년 이후 달성하지 못한 높은 장기 수익률인 1%를 돌파할 수 있는 '수익률곡선통제'(YCC)에 탄력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일본 투자자들에게 환율 변동 위험이 없는 일본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해외 자산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YCC의 탄력적 운용은 일본 내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세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세계 금융당국은 이미 이 같은 리스크를 제시하고 있다.유럽중앙은행이 5월 발표한 금융시스템 안정에 관한 보고서는 일본이 금융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경우 투자금을 환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금리차익을 노린 '차익거래'가 줄고 국내 채권 수익률이 상승해 구미 채권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일본 내 채권 가격이 하락해 투자자 리스크 정서가 악화됐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에 투자했던 자금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종합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는 일본 중앙은행의 10년간의 통화완화가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일본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을 조정할 경우 호주·유로존·미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자금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루야마 요시마사 SMBC닛코증권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84개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2022년 금리 인상은 87%라고 지적했다.

2%대 물가 목표치를 안정적으로 달성하지 못한 채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으로는 일본은행이 유일하다.

일본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이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벤처자금의 마지막 공급원이 됐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관계자는 정책 조정에 있어 해외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국 물가 동향에 따라 금융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정책조정이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리스크는 여전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8일 금융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책 정상화를 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YCC(수익률 곡선통제)유연화가 통화완화 정책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부정했다.

하지만 국내 장기금리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 세계 금융당국이 구상하는 상황은 현실적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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