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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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엔화의 종합 대외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이 일본의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격 상승세는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유럽산 수입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일본은행(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어 다양한 통화에 비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엔화 약세로 인한 일본 소비자 부담 증가의 부정적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쿄 도요시마구에 위치한 주류상점 EXIVIN 세이부 이케부쿠로 본점은 유럽 제품을 중심으로 700~800종의 와인을 판매한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된 모로 부자 샤블리 와인은 병(750ml)당 4950엔(약 34달러)으로 1년 전보다 1100엔 올랐다.

유로화 강세와 동남아 등지의 구매처와의 치열한 경쟁이 배경이다.

이 가게의 와인 한 병당 평균 판매가격은 2022년에 비해 15~20% 올랐다.

소믈리에 고토 히로유키 씨는 "구매량을 줄이거나 이전 와인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와인 외에도 일본인의 식탁에는 유럽산 수입품이 많다.

일본 전국 슈퍼마켓의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는 닛케이 판매 시점 정보 시스템의 정보에 따르면 유럽산 치즈 베스트셀러는 1년 전보다 11%, 건조 파스타는 23% 인상됐다.

고급 상품 가격 경쟁은 음료나 식품만큼 치열하지 않지만 가격 인상 움직임도 뚜렷하다.

고급 시계의 경우 스위스 스와치 브랜드 오메가 인기 라인인 '달 시계'의 주력 모델을 보면 직영점 가격이 100만 엔을 돌파했다.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20% 이상 올랐습니다.이 시계는 2021년 1월 73만7000엔으로 당시보다 40%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유럽산 자동차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스텔란티스그룹 일본법인은 현재 푸조 208GT 시리즈를 1년 전보다 10% 오른 362만 엔에 판매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구매력 저하가 상품 가격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옥죄는 반면 일본 중앙은행은 완화적 방침을 유지해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5~143.9엔대로 떨어졌다.엔화 약세, 달러 강세 수준이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는 달러화 대비 가치가 하락하는 것 외에도 유로화, 스위스 프랑 등 유럽 통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면서 구매력이 떨어졌다.

복수 통화 대비 엔화의 종합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실질 유효 환율이다.엔화 실질실효환율이 낮을수록 외국 제품과 서비스를 살 때 지불해야 하는 엔화가 많아진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5월 엔화 실질실효환율은 76.2(2020년 100)로 4월보다 2% 하락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엔화 실질실효환율이 1970년대 초 변동환율제로 바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엔화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지만 일본 수출과 방일 외국인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된다.일본 경제 전반에 엔화 약세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엔화 약세 효과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동단리서치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선진국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실질실효환율 변화와 실질경제성장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본의 실질실효환율은 하락폭이 가장 컸고 경제성장률은 두 번째로 낮았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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