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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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나 화해는 둘 다 짧은 시간 안에 뚝딱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가능하게 하려면 서로가 진정으로 각자의 위치를 정확히 깨닫게 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스티븐 체리 교수신부가 쓴 ‘용서라는 고통’이라는 글에서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용서는 화해와 다르다.... 용서는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방법이다...상처를 잊는 것이 아니라 상처의 기억이 남은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용서와 화해는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화해는 피해를 입힌 측에서 피해를 입은 측에 진정으로 반성과 사과가 전제 되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은 어쩌면 '진정한 화해'가 아니라 어쩌면 '담대한 용서'에 가까운 조치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SNS에 널리 회자 되고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1964년 12월 서독의 수도 본, 독일 에르하르트 총리와 박정희 대통령이 나누었던 중요한 대화 내용입니다. 어쩌면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만든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경제개발계획이 여기서 탄생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르하르트 총리는 박 대총령에게 고소도로(아우토반)건설, 제철소, 정유화학공업 육성을 강력히 권유하였다고 합니다. 아울러 과거에 너무 집착해서 현재와 미래를 놓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는 것입니다.

독일 총리는 “나는 나치를 혐오한다. 하지만 히틀러가 놓은 아우토반(고속도로)에겐 달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경례를 한다.”면서 “일본과 화해하라”고 쓴 소리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그럴 수는 없다!"는 말에 에르하르트 총리는 전장 후 독일과 프랑스 관계를 거론했습니다.  

독일 총리는 "우리 독일이 프랑스와 몇 번 싸웠는지 아십니까? 열여섯 번입니다. 그래도 전후에 양국은 손을 잡았습니다. 

각하, 지도자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가야 합니다."라면서 박  대통령의 반일 감정을 다독였다고 전해집니다. 

몰론 패전국 독일의 부활에 프랑스의 지원이 지대했습니다. 프랑스 나름대로의 진정한 사과도 동반 되었습니다.    

일본의 패전국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와는 사뭇다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한국과 독일 정상회담 반년 후 한일 협정(1965년 6월)이 체결됐습니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이 결단을 두고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파라며 상식을 벗어난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청구권자금으로 1970년 포항종합제철소가 착공됐고,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으며, 포항제철이 생산한 '산업의 쌀'(철강제품)로 5년 후엔 포니(현대자동차)가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였습니다.

이런 것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부릅니다. 거기엔 항상 극렬한 반대가 있었고, 소신이 있고 확신에 찬 지도자의 신념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화해는 담대한 용서에서 출발 합니다. 

그 힘은 ‘우리 국민의 저력과 역사 반전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국제 정세 및 동북아 정세를 냉철하게 보아야 합니다. 바람이 불 때 배를 띄워야 합니다.

세익스피어는 “ 최상급의 용기는 분별력이다”라고 설파하였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현명한 판단인지 결론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훗날 역사가 증명 할 대목입니다.

상호 지속적인 반목과 질시만으로는 창조적인 미래가 열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우리에게 준 고통과 아픔을 잊자는 것은 결코 더욱 아닙니다. 한일관계 개선 노력은 많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미래를 향한 구국의 결단입니다. 

결국 날로 첨단화 되는 북한의 비대칭 위협과 긴밀한 산업협력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준비하기 위한 통 큰 결단입니다. 

정부도 이런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 했지만 엄청난 중압감을 극복하면서 현명한 국민들의 인내심과 지지를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금번 조치는 정략적 야합성격의 화해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담대한 용서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이웃국가들과의  반목은 결국 리스크 요인으로 돌아옵니다.  

친구(네트워크)가 많을 수록 힘은 길러집니다.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익 극대화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강봉수 칼럼니스트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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