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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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회음후열전에 “시지불행(時至不行), 반수기앙(反受期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때가 왔는데 움직이지 않으면 도리어 재앙(손해)이 닥친다.”라는 뜻이다.

전반적인 형세와 변화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실천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고물가, 무역수지 적자(수출 감소), 고금리, 이른바 ‘3중고’로 대변되는 작금의 한국 경제가 돌파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문구이다. 

무슨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우리도 바람(세계 경제동향)을 보고 배의 키(정책전환)를 돌려야 하는 ‘견풍전타(見風轉舵)’상황에 직면에 있다.

작년 후반기부터 슐츠 독일 총리, 프랑스 마크롱, 브라질 룰라 대통령에 이어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도 중국을 찾고 있다. 그들은 중국을 정치적인 비판적 시각에서 보다 경제적인 각도에서 ‘돈의 눈’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으로의 ‘머니무브’추세도 확연해지고 있다. 중국시장에 자금이 대거 몰려가고 있다. 중국 증시와 중국 산업 섹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중국 국내 경제 상황도  급반전 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이후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다. 

이른바 '리오프닝(사회·경제,생산활동 재개)' 기대감으로 중국 시장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실제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지만 분명 긍정적인 효과는 끼칠 전망이다.

반면에 미국은 경제 활성화를 고려해 일찍이 ‘위드 코로나’를 선포했다. 하지만 급격히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미국 시장에선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해 중국, 베트남등 등 아시아 이머징 시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증가 기대감으로 대중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과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력한 반등효과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들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340억달러(약 45조원)가 신흥국으로 유출되었는데, 거의 절반(160억달러)정도가 중국으로 유입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 12일 광둥성 광저우시를 시찰하면서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깜짝 방문했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중국 내 한국기업 사업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시에 중국 관영매체가 자발적으로 나서 최근 한국기업들을 잇달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중국이 한국기업을 향해 적극적으로 우호적인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의 유력 경제 매체는 기사제목을 “갑자기 안하던 행동을 하네”…한국에 손 내미는 중국, 왜?“ 라고 달아 자세히 심층 보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중 디커플링’에 한국 기업의 동참을 막고 한국으로부터의 외자 유치를 위한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풀이했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다른 입장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미·중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는 상황이다. 

마땅히 그래야만 경제적 성장(과실)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진다.

미국 정부는 17일 공개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세부 기준에 따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터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현대차와 기아차를 모두 제외했다. 무척 곤혹스런 입장이다.

중국 회음후 열전에 “질족선득(疾足先得)”이라는 문구가 있다. 

“빠른 발로 먼저 얻는다.”라는 뜻이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유럽과 남미의 리딩 국가들의 대중 경제 외교 전략에 답이 있다.

핵심은 안보 리스크는 어떻게 해야 약화 시키고 경제적 이익은 극대화 시킬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중(경제)관계에서 불확실성을 제거 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우리의 포지셔닝과 스탠스를 정해야 한다. 

확실한 대중 전략을 마련하기 전에 미중 양국과의 물밑 협상과 동시에 어떤 부분은 설득과 양해를 구해내야 한다.

지난 30년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전략에 대해 지난 3월초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조사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정치 성향별로 보수·진보층의 답변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보수층 49.1%는 ‘안미경중’의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반면 진보층 62.3%는 ‘안미경중’ 효력이 끝났다고 전망했다.

더욱 흥미로운 대목은 국민 51.8%가 미국과 중국은 결국 협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미중 양국은 갈등 속에서도 자기들의 이익은 서로 밀당(밀고 당기면서)하면서 실속을 챙길 전망이다. 

마치 고슴도치가 몸의 체온을 유지하면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보듬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은 왜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는지 곰곰이 씹어 볼만한 시점이다. 그간 얼어붙었던 냉기를 녹일 수 있는 한중(경제)관계 변화를 모색해야한다. 

안보의 논리에 너무 천착하다보면 경제에 파열음이 나오게 마련이다. 돈이 몰리는 곳, 돈이 벌어지는 곳에 민심도 몰리게 마련이다. 

이제 대국적인 견지에서 경제가 안보를 이끌어 갈수도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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