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주년 기념, 차이나미디어·길림신문 공동기획
중국 거주 한중 우호 증진과 경제협력 기여자 20여명 인터뷰

[재중한인 성공스토리]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행사 일환으로 (주)차이나미디어 및 길림신문이 그간 중국에 거주하면서 한중 우호 증진과 경제협력에 기여한 20분을 선정하여 현지 취재한 인터뷰 기획 기사특집

 

한국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안현수(오른쪽 사람) 선수와 함께./사진=길림신문 제공.
한국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안현수(오른쪽 사람) 선수와 함께./사진=길림신문 제공.

한국 사람들은 김치 없이는 못산다. 아무리 가고 싶었던 백두산 여행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중국 지린성을 통해 백두산 관광을 가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한식 맛집이 있다. 바로 24년 동안 오리지날 한식의 맛을 고집해온 ‘용수산숯불고기집’(龍秀山烤肉店)이다. 

사장 김현구(金贤九, 51세)씨는 식당 한 쪽 벽 전체에 그동안 다녀간 한국의 유명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걸어 놓고 있다. 

한국 유명 개그맨, MC인 이홍렬과 함께 골프를 치고 한컷./사진=길림신문 제공.
한국 유명 개그맨, MC인 이홍렬과 함께 골프를 치고 한컷./사진=길림신문 제공.

1992년 한중 수교이후 당시 대기업인 한보그룹(韩宝集团)의 특파원으로 동북3성에서 한창 ‘잘나가던’ 김현구씨는 근무 2년 만에 회사가 파산하면서 20대 중반에 이국 타향에서 백수가 돼 버렸다. 급기야 보따리 장사로 시작하여 지린성 창춘시에 화장품 가게를 차렸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중국 생활을 포기하고 귀국하려던 무렵, 당시 한국에서 유명 셰프였던 형이 “한식을 가르쳐줄 테니 기회의 땅 중국에서 한 번 불고기집 차려 봐라”고 권고하는 바람에 1998년 봄, 당시 한국인들이 많이 체류하던 창춘 룽리루(隆礼路)에 ‘용수산숯불고기집’이라는 간판을 걸고 테이블 6개 짜리 조그마한 식당을 차렸다. 

그맘때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조선족 동포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그는 결국 결혼까지 저질러버렸다고 한다. 조선족 동포라고 하지만 아내는 군부대 소속 주산경기 특수 인재 출신으로 전국 경기에서도 여러 번 수상한 인재였다. 

호주, 싱가포르와 홍콩, 마카오 등에서 20여 년간의 주방장 경력을 가진 형과 한국 제1세대 유명 셰프 대가 중의 한 사람으로 서울 강남 유명 한식점의 주방장이었던 당숙이 김현구씨에게 요리 비결을 가르쳐준 덕분이었던 걸까?

두 딸은 대학생과 대학입시를 한달 앞둔 어른으로 각기 성장했다./사진=길림신문 제공.
두 딸은 대학생과 대학입시를 한달 앞둔 어른으로 각기 성장했다./사진=길림신문 제공.

식당을 차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들이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로 성업을 하게 됐고 4년 만에 퉁광루(同光路)에 2층으로 된 1,200평방미터 규모의 식당으로 사업을 확장시켰으며 중국의 선양, 톈진 등 도시에 체인점을 내기도 했다. 대부분 손님들이 모두 백두산 관광을 왔다가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보니 이제 한식점 ‘용수산’은 백두산 관광 ‘필수 코스’로 정평이 났다. 

물론 형과 당숙한테서 전수받은 비결도 있었지만 김 사장은 24년 동안 두툼한 노트에 용수산만의 전통 맛을 살리기 위해 식자재 엄선부터 요리법까지 고심한 흔적들을 빼곡히 적어놨다. 다른 식당들보다 가격대가 좀 비싼 편이지만 그의 이런 장인 정신 때문이었던지 중국인들도 정통 한식 하면 ‘용수산’을 찾는다.

그후에도 김사장의 한식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창춘금호타이어공장의 구내식당 운영 의뢰를 받았으며 입소문을 타고 톈진의 금호타이어공장의 구내식당까지 운영하게 되었고, 톈진 삼성의 구내식당 공개 입찰에 도전해 한국에서 특별히 찾아와 입찰 경쟁에 뛰어든 유명 한식점 2개나 물리치고 당당히 최종 입찰에 성공했다.

이렇게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김현구 사장은 “중국에 아직도 선입견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 원인은 중국에 와 보지 못해 비롯된 것이 많고 일부 한국내 언론들의 편파 보도로 생긴 오해도 있지요”라고 말한다.

김사장은 또 “동북아 협력으로 언젠가는 조선반도를 거쳐 창춘까지 기차가 통하는 날이 오게 되고 육로를 통한 화물 운송플랫폼이 형성되어 창춘시는 그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창춘에서 현재 고속철을 타면 백두산 천지까지 두 시간 반이면 도착, 아침에 떠나 천지를 보고 저녁을 용수산에 와서 드시는 날이 왔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수영 (주)차이나미디어 대표 lsy@nvp.co.kr / 현지취재: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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