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고 있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주문한 점심도시락을 받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고 있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주문한 점심도시락을 받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배달 주문이 대폭 늘어나자, 배달 라이더들이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라이더들의 '연봉 1억원설'은 사실이 아니며 사고 위험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3일 오후 라이더유니온과 미디어데모스에서 진행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는 실제 배달 일을 하고 있거나 경험한 이들이 나와 다양한 사연을 전했다.

배달 대행업체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A씨는 "실제로 로켓이 아닌 이상 물리적 한계가 있다. 비가 온다고 빨리 달려서 기존보다 많이 배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돈이 아니라 사람이 배달하는 것이다. 안전하게 일할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배달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라이더가 부족해지고, 그런만큼 위험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최장기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날이 잦았는데, 안전하지 않은 근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빗속 배달 중에 재촉 전화가 오면서 정신이 분산된 나머지 사고가 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라이더로 일을 하고 있는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들이 안전 운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배달료가 필요하다"며 "안전한 배달 생태계를 위한 '안전배달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업체별로 상이한 기본 배달료를 약 4000원으로 인상하자는 제안이다. 라이더의 임금이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시급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건당 기본 배달료가 약 4000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배달 라이더들의 연봉이 약 1억원이 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연봉이 1억원이 된다는 주장의 근거는 한 업체의 강남 3구 주말 근무자 1~5위의 일정기간 수입을 연봉으로 환산한 것"이라며 "해당 사례의 경우 긴 근무시간, 우천 할증 등이 지급돼 부풀려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봉 1억원이라는 소식을 접한 다른 라이더가 '왜 나는 (1억원의) 수입을 만들지 못하지'라는 생각에 속도를 높이거나 장시간 일을 하게 돼 피로로 인한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라이더들이 자영업자의 주문보다 프렌차이즈의 주문을 선호한다는 자영업자의 불만도 나왔다.

가족과 함께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B씨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일부 라이더는 자영업자 업체의 주문은 받지 않고, 프렌차이즈 업체 배달을 5~6개 묶어서 받아간다"며 "저희 쪽은 배달이 늦어지게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들은 (수익을 위해) 묶음 배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음식이 빨리 나오고 단거리 배달량이 많은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에 (라이더들이) 몰리게 된다"고 했다.

또 대형 배달대행업체의 상황을 보고 전체 라이더의 상황을 추측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라이더들은 "대형 배달대행사의 상황이 모든 라이더들의 상황이 아니다"며 "소형 배달대행 업체, 지역 업체들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