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사진=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사진=뉴시스]

청와대가 검찰청법 시행령 잠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가에선 이를 둘러싸고 ‘검찰 무력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행령에는 검찰의 수사범위가 대폭 축소된 점, 중대범죄의 경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21일 정치권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최근 이 같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잠정안을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시행령 잠정안에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잠정안에 담긴 검사 수사 범위는 ▲4급 이상 공직자의 범죄 ▲3000만원 이상 뇌물을 받은 부패범죄 ▲마약 밀수 범죄 등이다. 이는 3급 이상 공직자의 수사를 검찰이 아닌 공수처가 전담하는 것이다.

현재 검찰청법은 검찰의 수사범위와 관련해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등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 수사 대상이나 직급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특히 시행령 잠정안에 '규정되지 않은 범죄 중 국가·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수사할 경우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권력형 비리 수사 의지를 꺾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무게가 실린다.

이러한 시행령 잠정안을 놓고 야당에서는 "결국 울산선거 공작 의혹, 유재수 비리 무마, 조국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죄'를 물어 검찰 무력화를 청와대 손으로 완성시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부"라며 "'검찰 적폐'를 몰아낸다면서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폐'가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대로 통과된다면 앞으로 '네 편'은 공수처가, '내 편'은 법무장관 손 안에서 관리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살아 있는 권력은 앞으로 '치외법권'으로 둔다는 선언일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실제로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수사 개시 단계부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추진한 일과 관련해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시청을 둘러싸고 ‘추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여권이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어 여권이 시행령 잠정안에 대한 반발을 어떻게 진화할지 주목된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은 이르면 8월5일부터 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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