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양자컴퓨터 Q시스템 <사진 / IBM research>

[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양자컴퓨터는 올 들어 전 세계 IT 업계에서 부쩍 존재감을 키워온 기술이다.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AI 발전과 맞물려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면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 성능의 1억배 이상에 달하는 초고성능 컴퓨터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무에 투입될 수 있어 자율주행, AI, 화학업체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서비스업체, 물류업체 등에서도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유전자 염기배열 조합 분석 속도도 빨라져 신약 개발 등의 분야에서도 도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분야다.

현재 양자 컴퓨팅을 연구·개발 중인 곳은 구글뿐만 아니라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진행 중이다. 특히 IBM은 이미 양자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 완료한 상태며, 업무용 범용 양자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자율자동차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통해 미국 크레이사의 슈퍼컴퓨터 중 최고 사양을 갖춘 CS-Storm 500NX 모델을 구입, 자율주행차 및 관련 AI 연구에 투입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전통 있는 유력 기업들이 양자 컴퓨터의 비즈니스 활용을 본격적으로 검토 하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 골드만삭스, 에어버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양자컴퓨터가 자사의 비지니스에 도입돼 신제품 개발·기술혁신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폴크스바겐, 양자 컴퓨터의 개념과 연산 능력 직접 검증나서...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적용

폴크스바겐의 마틴 호프만 최고정보책임자는 최근 2종류의 양자 컴퓨터를 실제 사용하며 검증과 알고리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 D-Wave 2000Q <사진 / dwavesys.com>

하나는 캐나다 D-웨이브 시스템이 만든 양자 어닐링 방식의 양자 컴퓨터 ‘D-Wave 2000Q’ 모델로 이미 3월에 검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하나는 구글에서 개발을 진행 중인 양자 게이트 방식의 양자 컴퓨터로 폴크스바겐과 구글은 지난 11월에 양자 컴퓨터용 알고리즘 개발을 주 내용으로 한 제휴를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에 따르면, 2종류의 양자 컴퓨터를 실제 사용한 결과 D-웨이브의 양자 어닐링 방식으로 기존 컴퓨터에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계산 능력이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구글의 양자 게이트 방식에 대해서도, 구글이 기존 컴퓨터에서 실현 불가능한 계산 능력이 있음을 나타내는 양자 초월성(Quantum Supremacy)을 입증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그와 같은 하드웨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마틴 호프만은 "이처럼 현재 양자 컴퓨터에 대해 명확하게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폴크스바겐이 검증을 시작한 이유는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었을 때 그것을 가능한 한 빨리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은 구체적으로 도시 교통 서비스의 이동 경로 최적화와 전기자동차용 고성능 배
터리 개발에 양자 컴퓨터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틴 호프만은 D-웨이브 시스템의 적용 영역으로 도시 교통 서비스의 이동 경로 최적화를 꼽았으며, 폴크스바겐이 계획하고 있는 주문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때 차량의 이동 경로를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고속으로 최적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의 이동 수요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은 기존의 컴퓨터를 이용한 기계학습에 의해서도 개발되고 있지만, 이동 수요에 따른 공급을 실현하기 위해 차량이 어떤 경로를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리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즉, 기존 방식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양자 컴퓨터를 통한 보다 향상된 최적화(Quantum Enhanced Optimization)를 실현하려는 것이 폴크스바겐의 목적이다.

 

◆골드만삭스...'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위한 수퍼컴퓨터, 양자 컴퓨터로 대체 방안 모색중

범용 양자 컴퓨터는 거대한 수의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현재의 암호 체계가 깨질 수 있고, 그에 따라 고객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어 온 바 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우리가 양자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범용 양자 컴퓨터에 의해 기존 공개키 암호 방식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연구개발 부문의 폴 버샤드는 "큰 수의 소인수분해가 가능한 범용 양자 컴퓨터의 실현은 먼 미래의 일로 판단하고 있으며, 오히려 현재 골드만삭스는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의 고속화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수 많은 경우의 수를 연산하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의 리스크 계산 등에서 빠뜨릴 수 없는 기법이다. 현재 골드만삭스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수퍼 컴퓨터를 투입하고 있어 이를 양자 컴퓨터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에어버스...항공기 설계·고장 원인 분석위해 양자 컴퓨터 검증 진행 

에어버스 연구개발 부문의 티에리 보터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항공기의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시뮬레이션을 수퍼 컴퓨터에서 실행하고 있으며, IT 예산의 3%가 이와 관련한 하드웨어에 투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에어버스는 수퍼 컴퓨터를 보완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으며, 에어버스의 기존 응용 프로그램을 수퍼 컴퓨터보다 빠르게 풀 수 있기만 하면 그것이 어느 메이커든 어떤 방식이든 상관 없고, 양자 역학에 근거하고 있는지 여부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진 / airbus.com>

에어버스가 양자 컴퓨터의 적용 영역으로 기대하는 것은 '결함 트리 분석(Fault Tree Analysis)' 의 속도다. 이 분석 기법은 항공기 고장 원인 등을 분석하는데 사용되지만, 규모가 큰 경우의 분석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수퍼 컴퓨터로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에어버스는 QC웨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D-웨이브의 양자 어닐링 방식을 사용해 결함 트리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했으며, 에어버스가 요구하는 규모의 결함 분석을 D-웨이브의 머신으로 푸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검증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티에리 보터에 따르면, "기존 컴퓨터와 달리 D-웨이브의 머신을 사용하는 경우 문제의 크기가 바뀌어도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지 않고 동일했는데, 이를 통해 기존 컴퓨터와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D-웨이브 시스템의 특이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앞으로 D-웨이브 시스템의 양자 컴퓨터와 수퍼 컴퓨터를 조합해 결함 트리 분석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법 등을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은 북미 3사의 각축에서 미주·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이 분야의 기초연구를 시작해온 일본은 이와 같은 미국과 유럽의 질주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정보학연구소가 개발한 시제품을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연구 인력 육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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