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정윤수 기자] 미국, 중국을 위주로 하는 글로벌 슈퍼컴퓨팅 산업의 양강구도에 일본이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고자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중인데 비해, 한국은 1990년대 이후에에야 민간기업 중심으로 다소 산발적인 초고성능 컴퓨팅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산업·학계·연구기관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슈퍼컴퓨팅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지는 사실상 2~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늦은만큼 사업화 연계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초고성능 컴퓨팅 정책의 현황과 4차산업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개선점을 짚어본다. 

 

◆한국의 초고성능컴퓨팅(HPC) 정책 현황

한국은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인프라로써 초고성능컴퓨팅을 국가 차원에서 중점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인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을 지난 2012년 12월 발표한바 있다.  

이 계획에서는 ▲신규 수요 창출을 통한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확대, ▲세계 톱10 수준의 초고성능컴퓨팅 서비스 기반 구축, ▲초고성능컴퓨팅 자체 개발 역량 확보 및 산업화 토대 마련 등 3대 전략과 10대 과제 설정했다. 

이어 지난 2015년 7월에는 AI, IoT 등의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초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증가에 대응한 세계적 수준의 슈퍼컴퓨팅 발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초고성능 컴퓨팅 발전 포럼’ 구성했다. 

국가컴퓨팅연구소 영상 캡쳐 <사진 / KAIST>

학계, 연구계, 산업계 전문가 20인으로 구성해 초고성능 컴퓨팅 분야 추진과제 및 발전 계획 
구체화했다. 

'초고성능 컴퓨팅 발전 포럼'에서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인적․기술적 역량을 구체화하고, 산․학․연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발 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설정했다. 

1980년부터 1990년대의 정부 및 민간 주도의 국산 서버 개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시도와 1990년대 이후 초고성능컴퓨팅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원화된 정책 및 개발 주체 없이 산발적․소규모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천둥(2009년~2012년/20억 원 내외), 마하(2011년~2015년/283억 원), 바람(2012~2014년/25억원) 등의 개발 대상도 정했다. 

슈퍼컴 개발 로드맵 <과기정통부 자료 재인용>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확보나선 '차세대정보컴퓨팅 개발사업'

2015년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확보와 슈퍼컴퓨팅 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차세대정보컴퓨팅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초고성능 컴퓨팅 운영체계, 스토리지 시스템 S/W, 입출력 가속기술 등 5개 지원 분야 안에서 이른바 'Middle-up-down' 경쟁을 통해 신규 과제 선정했다.  과기정통부에서 선정한 몇 개의 과제를 대상으로 연구자가 선택하여 신청하는 방식이다.  

이어 2016년 4월에는 지능정보사회 구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침체되어있는 국내 슈퍼컴퓨팅 분야를 반등시키기 위한 계기 마련을 위해 슈퍼컴퓨팅 자체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슈퍼컴퓨팅 개발을 위한 전문가들의 지속적 참여를 위해 ‘초고성능컴퓨팅(HPC) 사업단’을 설립하고 매년 100억원 내외의 연구 개발비 지원하는 내용으로, 국내외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산업·학계·연구기관 등 다양한 개발 주체간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키로 했다.

기간별로는 2016~2020년까지 1페타플롭 이상, 2021~2025년 30페타플롭스 이상 규모의 슈퍼컴퓨터로 단계적 개발에 중점을 뒀다. 

개발 주체간 협업도 강화했다. 기술․노하우 등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기 위한 ‘초고성능컴퓨팅 사업단’을 구성하고, 산․학․연 연계와 협업의 거점으로 운영키로 했다. 

슈퍼컴퓨터의 연구개발(R&D)를 지속하기 위해, 매년 100억원 이상의 개발자금 지원을 유지하고, 기초원천 연구 및 ICT 분야 예산을 연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참여를 보장하여,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지원방향도 설정했다. 

 

◆산업 기반 되는 슈퍼컴퓨팅... 자체 경쟁력 강화위한 원천기술 확보 필요

슈퍼컴퓨팅은 산업, 기슬, 군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천기술 확보 노력 가속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U와 일본은 산업, 기술, 군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반이 되는 슈퍼컴퓨팅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에야 슈퍼컴퓨터 자체 생산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선진국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원천기술 확보 노력 및 개발 가속화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의 자체 슈퍼컴퓨터 개발의 1단계 목표는 1페타플롭 수준으로 현재 세계 1위인 중국의 Sunway Taihulight는 93 페타플롭스에 크게 못미친다.  

응용형 슈퍼컴퓨팅 병행 개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원천기술 중심 개발과 별개로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원천기술 중심으로 개발하는 포스트-K와 별개로 산업에서의 슈퍼컴퓨팅 기반의 AI, 빅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응용 중심 슈퍼컴퓨팅 플랫폼 ABCI 개발중이다.  이에 더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축이 되어 슈퍼컴퓨팅 응용력이 뛰어난 국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슈퍼컴퓨터의 스펙을 고도화하는 ABCI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등 AI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어, 신속한 활용을 위해 원천기술 중심 개발과 별개로 응용 중심 슈퍼컴퓨팅 개발을 병행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 기술 중 일부를 아웃소싱하여 슈퍼컴퓨팅의 스펙을 AI, 빅데이터 활용에 적합하도록 고도화하고 수요자 맞춤형 교육도 병행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인프라 활용 극대화하려면... 사용자 맞춤형 커리큘럼도 개발해야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의 잠재적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용자 맞춤형 커리큘럼 개발이 필요하다.  

EU는 구축된 HPC 인프라의 잠재적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산․학 등 슈퍼컴퓨터의 실제 사용자 전문성 제고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 HPC 전문화를 위해 제공되었던 커리큘럼에 대한 설문조사와 추가토론 등을 통해 슈퍼컴퓨터의 실제 사용자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수준의 커리큘럼 제공중이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등 슈퍼컴퓨터 활용 기관 중심의 사용자 공동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향후 슈퍼컴퓨팅 활용 극대화를 위해 사용자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커리큘럼 개발 필요 
사업화 연계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EU는 구축된 슈퍼컴퓨팅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성과물들이 신속하게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제공하고, 사업화를 염두에 둔 연구에 보조금 지급하고 있다.  HPC를 위한 연구 보조금 지원 정책에서도 사업화 가능성을 토대로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슈퍼컴퓨팅 기반의 성과물이 성공적인 사업화로 연계될 수 있도록 멘토링, 보조금 등 추가적인 지원 정책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업화 연계의 속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