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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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4월 미국 국채 보유량을 16년 만에 최저치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함께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4월 기준 약 7,570억 달러로, 전월보다 82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국 순위에서 일본과 영국에 이어 3위로 밀려난 상태다. 중국의 미국 국채 감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첫 임기부터 시작된 추세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4월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동맹국과 경쟁국 모두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는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뉴욕증시는 급락했고, 미국 국채와 달러화도 대량 매도되며 불안정성이 확대됐다. 일시적인 관세 휴전 합의가 5월에 이뤄졌지만, 양국 간의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무역전쟁을 넘어 금융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대규모 미국 국채를 전략적으로 매각할 수 있고, 미국은 중국 기업을 뉴욕증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개최된 루자쭈이 포럼에서 판궁성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다극화된 글로벌 금융 체제를 지지하며, 위안화 국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며 화폐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왕신 인민은행 연구국 국장 역시 “달러의 미래는 미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 대체통화의 출현 여부에 달려 있다”며 “달러에 대한 시장 신뢰는 이미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의 보유량이 줄어든 반면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국채의 해외 총보유량은 4월 기준 9조 100억 달러로, 전월보다 360억 달러 감소했지만 여전히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과 영국은 장기 미국 국채 보유를 확대했으며, 외국 정부 전체로는 15억 달러 순증을 보였다.

벨기에의 보유량도 89억 달러 증가한 4,110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이는 일부 분석가들이 중국이 제3국 수탁 계좌를 통해 미국 국채를 관리하고 있는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통화 패권과 관련된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감소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 이상의 전략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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